[시승기] 마세라티 그레칼레, 이탈리아 감성 SUV의 존재감

 

마세라티는 ‘감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동차 브랜드다. 하지만 감성은 단순히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소리와 움직임 그리고 질감에서 온다. 그레칼레 트로페오(Grecale Trofeo)는 마세라티의 고성능 정신을 SUV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기자는 서울에서 설악산을 비롯해 왕복 약 400㎞를 시승하며 이 차를 체험했다. 고속도로가 아닌 구 설악산 국도와 굽이진 와인딩 코스를 포함한 여정은 마세라티가 말하는 트로페오의 의미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심장은 3.0L V6 트윈터보 네튜노(Neptune) 엔진이다. 마세라티의 플래그십인 MC20과 동일한 혈통의 이 엔진은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63.2kg·m를 발휘한다. 이 차는 SUV라기보다 스포츠카에 더 가깝다. 특히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주유했을 때 출력이 향상돼 엔진 반응은 한층 매끄럽고 민첩해진다.

 

 

◆44번 국도…SUV가 아닌 스포츠카처럼

 

서울을 벗어나 국도에 접어들자마자 차는 제 성격을 드러낸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울리는 배기음은 천둥처럼 울려 퍼지고 트윈터보가 압을 모아 내뿜는 힘은 마치 무게감을 잊은 듯이 속도를 끌어올린다. 직선에서도 커브에서도 차체는 흔들림 없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44국도 한계령 구간은 굽은 커브와 오르막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로다. 대다수 차량에겐 이 구간이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8단 자동변속기는 기민하게 반응하며 회전수에 맞춰 정확히 변속되고 에어서스펜션과 전자식 LSD(차동 제한 장치)가 맞물려 SUV 특유의 높은 무게중심을 제어한다. 스포츠 모드에선 배기음이 더욱 터져 나오고 다운시프트 시 ‘팝콘 사운드’는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탈리아 감성의 완성체…외관은 아쉬워

 

이 차의 가장 압도적인 매력은 사운드다. 마세라티답게 배기 사운드는 존재감을 알리며 내부 스피커 시스템은 역시 감각을 자극한다. 탑재된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 사운드 시스템은 오페라극장 수준의 음향 밸런스를 자랑한다. 클래식이나 재즈를 틀어도, EDM을 틀어도 고급 분위기로 연출해준다.

 

 

실내로 들어가면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이탈리안 레더, 카본 트림, 알칸타라 마감은 어느 부분 하나 허술함이 없다.

 

 

하지만 외관에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전면의 그릴이나 후면의 라인은 분명 마세라티 특유의 엘레강스가 담겨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카리스마보다는 평범한 SUV의 실루엣에 가깝다. 트로페오라는 고성능 배지를 단 차량이기 때문에 조금 더 대담한 디자인 언어가 아쉽다.

 

 

디자인의 밋밋함에도 불구하고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도로 위에서 절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소리와 움직임 때문이다. 배기 사운드는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과속 방지턱 하나 넘을 때조차 남다른 느낌이 확실히 전해진다.

 

 

일반 도로에서도 단순히 빠르기만 한 차가 아니라 균형감 있게 달릴 줄 아는 차라는 점에서 고성능차 입문자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결론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SUV의 실용성, 스포츠카의 성능, 이탈리아의 감성을 조합한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진 않다. 조금 더 강렬한 외관이 뒷받침됐다면 이 차는 단순히 고성능 SUV가 아닌 완성형 드림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치보다 감성을 중시하는 이들을 위한 차이며 지루한 일상에 기분 좋은 자극을 선사해주기엔 이만한 SUV가 없다는 것을.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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