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의 중재 속 마라톤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업부별 보상 수준을 두고 양측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모두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거란 입장을 밝힌 데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천명한 만큼 총파업 직전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노사에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조정안에 대해 노측은 수락했고 사측은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라고 말하며 서명을 하지 않아 2차 사후조정은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노사 간 마지막 협상마저 빈손으로 끝나면서 사실상 총파업 수순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적자 사업부에 대해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느냐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가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했다. 반도체 부문 임직원 7만8000명 중 적자 사업부인 비메모리 소속 임직원이 2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을 아우르는 요구가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비메모리 소속 노조원이 집단 이탈할 경우 과반노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건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이어 “회사는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총파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크게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 노조가 18일간 총파업에 나선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비공개 보고서를 최근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가 다시 복구되는 데 약 3주가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해 반도체 생산 차질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요 외신도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이 훼손될 거라는 점에 주목했다. CNBC는 “현재 스마트폰, 노트북 및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파업이 전 세계 IT 공급망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노사가 사후조정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파업 전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노사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측은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파업 기간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도 “비록 이번 조정이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노사가 합의해 사후조정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조정을 개시하여 노사 교섭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노조의 행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점도 사태 수습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일부 노조들이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통해서 단체교섭을 하고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노조의 사회 전체와 공동체를 향한 책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