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또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강도 높은 유감을 표명하는 등 건설 ‘산재 단골’ 포스코이앤씨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또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안전관리와 관련한 근본적 대책을 주문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전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는 미얀마 출신의 30대 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쓰러진 후 현재까지 의식불명인 상태다.
경찰은 이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감식에 착수했다. 경기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에서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관들이 감식에 착수했다. 현장감식에는 이들 2개 기관 소속 5명이 참여했다. 감식은 감전이 발생한 지하 양수기 시설 주변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은 올해만 수차례 사망자가 발상해 ‘죽음의 일터’라는 오명을 썼다. 지난달 28일 경남 의령군에 있는 시공 사업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어 숨지는 등 올해에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회사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포스코그룹은 안전관리 전문 회사 신설과 산재가족 돌봄재단 설립 등을 중심으로 하는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마련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정 대표는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체계의 전환을 이루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6일 만에 재차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포스코이앤씨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부는 포스코그룹이 최근 제시한 안전관리 혁신 계획이 중대재해 재발을 위한 내실 있는 계획인지 재검토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할 예정이다. 또 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불시 감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벌백계 관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도 신속히 진행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대응을 예고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충분히 동일 사업장의 반복되는 사고 유형에 대해 여러 번 경고와 채찍을 보낸 바 있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의 휴가가 끝나고 다른 대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언급하면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 질타한 바 있다.
‘안전관리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포스코이앤씨는 향후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시공능력 평가 하락, 영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올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에 비상등이 켜졌다. ‘더샵’과 ‘오티에르’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지만 급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