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식생활로 신체의 노화를 늦추자는 뜻의 ‘저속노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의 ‘헬시플레저’가 유통업계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경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편의점 양대산맥인 CU와 GS25는 다이소가 쏘아 올린 소포장 초저가 건기식 시장에 참전해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2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0년 6조1822억원에서 지난해 7조343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8년에는 8조2912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하듯 최근 유통업계는 자사 채널 전용 건기식을 선보이기 위해 제약업계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그 중심에 있다. 다이소가 지난 2월 제약사 세 곳과 손잡고 건기식을 론칭할 당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비타민은 물론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 건강을 위해 섭취가 필수지만 허들이 있었던 건기식을 한 통에 3000원 또는 5000원이라는 획기적인 가격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약사 단체와 갈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를 봉합하고 5개 제약사와 협업한 건기식을 전체의 절반인 700여개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일부 제품이 매진되는 등 반향이 일자 근거리 쇼핑 채널인 편의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전체 점포의 32%에 해당하는 6000여곳이 건기식 인허가를 취득해 7월 말부터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CU의 경우 올해 초 열린 상품 컨벤션에서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건기식 판매에 대한 사전 안내 및 홍보를 진행한 바 있다. 본격적인 판매는 내년 1분기 내로 예정돼 있었으나 예상보다 뜨거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그 시점을 6개월가량 앞당겼다.
실제로 CU의 건강 식품 연도별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1년 5.3%, 2022년 27.1%, 2023년 18.6%, 지난해 137.2%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85.0%나 증가했다.
CU는 건기식 참여 점포 확보와 함께 상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종근당, 동화약품과 협업해 편의점에 최적화된 11종의 건기식을 개발할 수 있었다.
종근당 건기식은 ‘건강프로젝트 365’라는 브랜드 제품들로 두뇌기억력, 여성건강, 눈건강, 뼈건강, 장건강, 간건강, 혈행건강, 종합건강, 체지방감소 등 9종으로 모두 5000원이다. 기존 제품들이 한 통에 30정 대용량에 고단가였다면 이 제품들은 10일치 단위의 소용량, 소포장 패키지로 구성해 문턱을 낮췄다.
동화약품과는 글루콘산 마그네슘이 함유된 액상 형태의 ‘마그랩 포 스트레스’와 ‘마그랩 포 에너지’를 3900원에 선보인다. 각각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회복에 좋은 홍경천 추출물과 에너지 충전을 위한 비타민 B군 3종이 함유됐다.
CU는 이번 신상품들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제약사, 건강식품 전문기업 등과 손잡고 소용량, 고품질, 합리적 가격의 건기식들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 편의점 건기식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삼진제약, 종근당, 동화약품, 종근당건강, RU21, 익스트림, 동국제약, 동아제약 등 제약사 및 건강식품 전문기업과 협업해 30여종의 건기식을 이달 초 전국 5000여 점포에 입점한다.
해당 상품들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주력 상품을 1주~1개월 단위의 소용량 패키지로 구성해 소비자가 5000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소비를 겨냥한 편의점형 건강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GS25는 건강 관련 일반식품의 전년 대비 매출이 2022년 40.7%, 2023년 26.2%, 지난해 33.7%, 올해 상반기 98.6% 증가하는 등 편의점 건강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는 점에 주목했다.
GS25는 건기식 운영 특화점 5000여곳에 전용 진열대와 홍보물을 마련해 제품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어 9월에는 수입 프리미엄 제품과 국내 주요 제약사의 신상품을 추가해 프리미엄 수요까지 아우르는 차별화된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접근성이 좋은 다이소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소용량을 복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 나가는 테스트 구매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