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8월 1일)이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을 상대로 막바지 무역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통상 수장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까지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협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0일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스코틀랜드 방문을 마치고 워싱틴DC로 복귀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났다. 2시간가량 이어진 협의에서 최종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농축산물 분야까지 포함해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더 많은 대미 투자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디지털 규제 등의 비관세장벽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31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1대1 회담을 가진다. 이날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만남이 협상 타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 외교통상부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재계 총수들도 통상 협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이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자동차 부문 관세 논의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 회장과 김 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 총수급 인사의 미국행이다. 협상 핵심 분야인 조선·반도체·자동차 산업의 대표 기업인들이 모두 현지에서 협상 지원에 나선 셈이다. 이 회장은 현지 반도체 투자 확대 및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 등을 미국 측에 제안했으며, 김 부회장은 이미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 대한 추가 투자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 대미 투자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이 상호관세 발효 시점을 넘기면서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에서 워싱턴DC로 돌아와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내일 끝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여러 기자가 질문을 외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대로 듣지 못했고 “내일 무엇을 끝낸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질문자가 “관세”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내일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부유해지고 있으며 그건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답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