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소비쿠폰의 나비효과] 민생쿠폰으로 ‘이것’까지?… 엘니폼 사고, 퍼스널컬러 진단, 댕냥이 검진도

LG트윈스 특화 편의점인 GS25 잠실타워점 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유니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재림 기자

 

 “민생쿠폰으로 뭐 샀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화제다. 지난 21일부터 국민 1인당 기본 15만원이 주어진 가운데, 열흘 정도가 지나면서 각자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가 일상대화의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매장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또 그만큼 서로의 ‘꿀팁’을 공유하는 사례도 많다. 식료품 구입이나 외식, 미용실 및 안경원에서의 사용 등이 무난한 선택으로 꼽히는 가운데 조금 더 특별한 맞춤 소비처를 찾는 이들의 픽도 눈에 띈다.

 

 ◆야구 유니폼 구매 불가?… ‘여기’는 된다

 

 스포츠 팬들의 경우 직관에 민생쿠폰을 쓰고 싶겠지만 아쉽게도 입장권 구매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각 구단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유니폼 등 응원용품도 민생쿠폰으로는 살 수 없다.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일부 편의점 등에서 민생쿠폰으로 유니폼 등 구단 공식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KBO리그 LG트윈스의 상품이 준비된 GS25 잠실타워점이 대표적이다.

 

GS25 잠실타워점에 마련된 LG트윈스 유니폼. 박재림 기자 

 

 LG트윈스의 홈구장 잠실야구장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GS25 잠실타워점은 구단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해 특화매장으로 변신, 30여 종의 굿즈를 판매한다. 이곳은 정부가 지정한 민생쿠폰 사용처라 모든 제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8일 오후에도 다양한 유니폼들이 여러 벌 남아있었다. 이곳 점장은 “민생쿠폰 지급이 시작된 이후로 유니폼을 구매하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등번호 및 선수 이름 마킹은 기계가 없어서 불가능하지만 나머지 모든 상품은 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건강검진, 중성화 수술에 펫푸드 구매까지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서울 개포동의 한 동물병원 담당자는 “반려동물의 건강검진과 중성화 수술 등 각종 진료에 민생쿠폰을 쓸 수 있다”며 “병원 내에서 판매하는 사료, 간식, 의류도 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양재동의 또 다른 동물병원 담당자도 “대형 동물병원이 아닌 동네 소규모 동물병원에서는 거의 대부분 민생쿠폰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동물병원 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재림 기자

 

 펫푸드 등 각종 반려동물 용품은 각 업체의 온라인몰에서는 민생쿠폰을 쓸 수 없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펫용품매장 냥이와멍이 까치산점을 운영하는 강경모 점주는 “업종 특성상 날씨를 많이 타는데 민생쿠폰이 시작된 시기부터 폭염이 심했음에도 손님이 늘었다”며 “하루에 10명 이상 손님이 여기서 민생쿠폰을 쓸 수 있냐고 물어보시고 실제로 구매도 한다. 장기적인 효과는 알 수 없지만 당장 매출이 오르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동네책방에서 한강 소설책, 운전면허 학원 등록, 가족사진 촬영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책방에 준비된 한강 작가의 소설책들. 박재림 기자

 

 대형서점과 일부 프랜차이즈 중고서점에서는 민생쿠폰을 쓸 수 없지만 동네 책방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개포동의 한 서점 주인은 “며칠 전에도 한강 작가의 소설책을 민생쿠폰으로 구매한 손님이 있었다”며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탄 직후에 관련 도서를 찾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번 쿠폰을 통해서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실내 테니스장 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사용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재림 기자
서울의 한 사진촬영 스튜디오 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재림 기자

 

 취미와 특기를 위한 투자도 있다. 30대 회사원 이민철 씨는 “평소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민생쿠폰으로 학원비 결제가 된다고 해서 등록했다”며 “한 친구는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서도 쓸 수 있다더라”고 귀띔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회사원 오지은 씨는 “최근 전문가로부터 퍼스널컬러 상담을 받았다. 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미뤘는데 민생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이민주 씨는 “올해 부모님이 결혼 30주년을 맞이하셔서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민생쿠폰 사용이 가능한 곳에서 형제자매들이 나눠 내기로 했다”며 웃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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