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과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고자 개인정보 분쟁조정을 신청한 이용자들이 수백명에 달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21일까지 SK텔레콤 해킹과 관련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이들은 모두 338명이다. 개인으로 238명이 총 276건, 집단으로 100명이 1건을 신청해 277건이다. 지난해 전체 분쟁조정 처리 건수(806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건수가 SK텔레콤 해킹으로 한 달 만에 접수된 것이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제도는 개인정보 관련 분쟁을 소송 외적으로 신속하게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 준사법적 심의기구인 분쟁조정위가 담당한다. 집단분쟁조정을 신청받은 분쟁조정위는 홈페이지 등에 절차의 개시를 공고하고, 그 공고가 종료된 다음 날부터 6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의 파급 속도가 빠르고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분쟁조정위와 개인정보위의 대응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SK텔레콤 해킹 피해자 100명을 대리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담당한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앞서 접수된 100명 이외에도 300∼400명이 추가로 신청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서 신속하게 처리되길 바라고 있는데 아직 절차 개시도 공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이미 수백명이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향후 2차 피해가 터져서 신청이 급증할 경우 물리적으로 소화하기 힘들 수 있다”며 “개인정보위가 직권 조정제도 등을 활용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 이용자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부남 의원도 “개인정보위와 분쟁조정위가 소극적인 태도에 머문 탓에 SK텔레콤 사태 분쟁 조정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조정 진행 계획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와 배상방안이 담긴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분쟁조정은 당사자 간의 문제라 공개하진 않는다”며 “진행 절차나 내용을 따로 알려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SK텔레콤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인 민관 합동 조사단에 따르면 유출이 파악된 유심 정보의 규모는 9.82GB로, 가입자 식별번호(IMSI) 기준 2695만7749건에 해당한다. SK텔레콤 가입자와 SK텔레콤 회선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수를 합친 2500만명과 비슷한 규모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도 이번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역대급 사건”이라며 “경각심을 갖고 심각하게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