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0% 성장했다. 한국은행 전망치의 세 배를 웃도는 ‘깜짝 성장’으로, 4분기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연간 3.6%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민간소비는 특이 요인 영향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 대비 1.0%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8월 한은 전망치(0.3%)보다 0.7%포인트 높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성장했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급반등한 뒤 2분기 0.6%로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졌다.
◆설비투자·정부소비가 견인…민간소비는 뒷걸음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1%, 정부소비는 물건비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9% 늘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이 늘어 0.7%,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2.3%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2.3% 늘었고 수입은 2.4% 증가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 순수출은 0.1%포인트였다.
주체별로는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0.8%포인트로 민간 부문(0.2%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2분기 중동 전쟁이 터지면서 정부가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상반기에 예산을 아껴둔 측면이 있다”며 “3분기 들어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GPU 도입 등에 지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승용차·가전제품 등 재화와 금융·음식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줄면서 0.2% 감소했다. 2022년 1분기(-1.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한은은 7월부터 주식시장 조정으로 거래가 줄며 금융서비스 소비가 감소하고, 10년 만의 완성차 업체 전면 파업으로 차량 인도가 늦어진 점을 특이 요인으로 꼽았다. 이 국장은 두 요인이 없었다면 민간소비가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10월 승용차 소비가 상당 폭 늘었고 반도체 기업 배당과 성과급, 정부 이전지출 확대도 예정돼 있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에 걸쳐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 성장했지만 서비스업 성장률은 2분기 1.0%에서 0.2%로 둔화했다.
◆“연간 4% 성장도 산술적으로 가능”
이 국장은 “3분기 전망 상회분은 연간 성장률을 0.35%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라며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에 머물러도 연간 3.6% 성장하고, 4분기에 1.4% 이상 성장하면 연간 4% 성장도 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올리면서 3분기 성장률을 0.3%로 예상했다. 한은은 다음달 경제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3.4% 늘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8% 증가해 1977년 4분기(19.0%) 이후 4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석유제품 중심으로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정부는 올해 경상 GDP 증가율도 당초 전망치인 12.3%를 웃도는 2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올해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인당 GNI는 명목소득과 환율 등의 영향을 받는 지표인 만큼, 수치 상승이 가계의 실질소득이나 소비 여력 개선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가 부담과 부문별 양극화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재정경제부는 “성장의 온기가 모든 국민의 삶에 퍼질 수 있도록 민생 안정, 양극화 완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