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D-11일'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통해 파국 피할까

고용노동부 중재로 사후 조정 돌입 예정
타협 없으면 수조원대 매출 기회 손실 우려도
박순철 CFO "생산 차질 없도록 적범 범위 서 대응"

지난달 17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과급 규모 등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집중적으로 진행될 사후조정을 통해 극적인 합의점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사후 조정은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종료돼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노사 양측의 동의 하에 노동위원회가 다시 한번 분쟁 해결을 중재하는 절차다. 노사 간 원만한 타협이 어려워지면 수 조원 규모의 매출 기회손실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노사, 당국 중재로 이틀 간 사후조정 돌입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노동 당국의 중재에 따라 협상을 다시 이어간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이를 열흘가량 앞두고 노사가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조정에 참여할 노측 위원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이송이 부위원장, 김재원 정책기획국장 등 3명이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8일 사후조정 절차를 통한 협상 재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이날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청장과 면담에 이어 사측까지 포함한 노사정 미팅을 진행한 후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교섭 지원을 약속하며 사후조정 절차를 강력하게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는 사측과 협상을 이어감과 동시에 총파업 준비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2026년 임금 협약을 위한 교섭을 이어갔지만 성과급 제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은 임금협상 진행상황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며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은 지난 7일 사내게시판에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가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 여러분께서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사측은 지난 3월 말 진행된 2026년 임금협상 집중 교섭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에게 국내 업계 1위 달성 시 경쟁사 이상의 보상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이 경우 경쟁사보다 높은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파업 현실화시 수 조원대 피해…분쟁 중재 시스템 구축 시급”

 

 여론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가 이번 파업 시도를 향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응답자들은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면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한국 반도체산업의 신뢰도가 하락할 거라고 우려했다. 

 

 JP모건은 노조가 예고한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기회손실이 4조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반도체 부문 매출의 1~2%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반도체는 한 번 이익을 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 구조”라면서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리고 미래 세대의 몫이자 미래 경쟁력을 위해 남겨놓을 것인지 대한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중 예고된 총파업과 관련해선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전담 조직 및 대응 체계를 통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법 범위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신뢰 자산’이 소멸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 특히 파운드리와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고객사가 공급업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뢰와 안정성”이라면서 “파업으로 인해 생산라인이 멈추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객사들은 즉각적으로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니케이 아시아는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5월 파업 여부가 반도체 공급망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파업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R&D 및 차세대 공정 투자 지연, 극심한 노사 갈등에 따른 인재 유출 등도 우려 요인이다.

 

 성과급 산정 때 객관적 기준을 통해 노사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 교수는 “투하자본이익률(ROIC), 총주주수익률(TSR), EVA 등 객관적인 경영 지표를 기반으로 성과급 공식을 명문화해 노사 간의 정보 비대칭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교수는 이어 “노·사·외부 전문가 3자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성과급 산출 과정을 검증하고, 분쟁 발생 시 신속하게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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