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30대 김모씨는 2∼3년 전쯤 구직 활동을 접고 아버지 사업을 잇기 위해 경남 고향으로 내려갔다. 김씨는 “주변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단은 (젊은 세대가) 갈 만한 좋은 직장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현 취업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불어닥친 인공지능(AI) 도입 열풍도 일자리 감소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김씨는 “AI가 10년 이상 회사를 다닌 소위 고급 인재들은 대체를 못하지만, 초급 업무는 대체를 해버린다”며 “기업들이 새로 뽑을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실직이나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집에서 쉬는 ‘일자리 밖’ 2030세대 인구가 지난달 160만명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선호 현상으로 20대의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30대까지 타격을 받는 모습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30세대의 여윳돈마저 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에서도 일할 의향은 있으나 일자리 밖에 머물러 있는 20∙30대는 지난달 총 15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만8000명 증가한 규모이며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11월(173만7000명)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일자리 밖 2030은 전체 2030세대 인구(1253만5000명) 중에선 12.7%를 차지했다. 역시 2021년(13.0%)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층은 대기업 등 안정된 일자리를 바라지만, 대기업은 경력직 채용을 원하면서 일종의 미스매칭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2030세대 실업자는 35만9000명으로 지난해 11월(33만7000명)과 비교해 2만2000명 늘었다.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냥 쉬는’ 2030세대는 71만9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2030세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지난달 51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25∼29세)에서 일자리 사정이 가장 좋지 않았는데, 지난달 ‘실업자+쉬었음+취업준비자’는 6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5000명 늘었다.
첫 취업시기가 늦어지면 30대 일자리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30대 초반(30∼34세)에서 일자리 밖으로 밀려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30대 초반 ‘실업자+쉬었음+취업준비생’은 38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 증가했다. 30대 전체의 ‘실업자+쉬었음+취업준비생’은 62만명으로 4만5000명 늘었다.
이같은 일자리 밖 청년의 증가는 2030세대 여윳돈 감소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 소득 중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적으면 남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흑자액은 12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2022년 3분기(-3.8%) 이후 3년 만의 감소다. 전체 가구주의 흑자액(143만7000원)이 12.2%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흑자액은 가구소득에서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과 식비·주거비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흔히 저축이나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여윳돈으로 불린다.
정부는 취업역량 강화·노동시장 진입 촉진 등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쉬었음’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의사 또는 직장경험 유무 등에 따른 맞춤형 지원방안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