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공장 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소식통을 인용해 얼마 전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한국 반도체공장에 대해 매년 장비 수출 물량을 승인해주는 방식으로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껏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의 반도체공장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 포함돼 미국산 장비 반입에 문제가 없었다. VEU는 일정한 보안 조건을 충족한다는 조건 아래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지위를 가리킨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VEU 명단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향후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기간 제한이 없는 VEU 대신 매년 별도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매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적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으로서는 향후 12개월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장비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매년 장비 수출을 허용하더라도 중국 내 공장의 확장이나 업그레이드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수출은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