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부자감세’를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전 정부의 감세 기조를 되돌리고,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세수를 늘리는 방향의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3년 만에 세법 개정안 대신 ‘세재 개편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추진하는 것으로, 개별 세목 개정이 아닌 이 정부의 철학을 담아 세제 전 분야를 손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제 개편의 핵심은 법인세 최고세율 상향이 될 것으로 보이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따른 증권거래세율 복원,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범위 확대, 배당 소득 분리과세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법인세율은 현행 24%에서 25%로 상향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업이 영업이익에 대해 부담하는 법인세는 수익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된다. 2022년 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4%로 인하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법인세수 급감으로 재정 여력이 위축됐고, 2년 연속 법인세율 펑크가 났다. 올해도 기업 실적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법인세가 덜 걷혀 3년 연속 세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수는 2022년 103조5700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 80조4200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62조5000억원까지 감소했다. 3년간 40% 가까운 세수가 빠졌다.
증권거래세율을 일부 인상하는 방안도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세율은 주식 또는 채권을 팔 때 이익이 났든 손해가 났든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로 매도 금액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당초 증권거래세율은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지난 5년간 총 0.1%포인트 인하됐고 현행 0.15% 수준까지 낮아졌다. 주식에 대한 과세 체계를 거래세 중심에서 이익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였다.
금투세는 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만 과세되지만 증권거래세는 손익 상관없이 주식을 팔기만 해도 부과된다. 다만 두 세제를 동시에 적용하면 이중과세 우려가 있었고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단계적 인하됐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이 윤 정부 시절 계속해서 유예되다 지난해 최종 폐지되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세금 부담만 줄어든 상태가 됐다. 이 때문에 과세 체계 균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는 거래세 본세율이 0%(농어촌특별세 0.15%)로 사실상 폐지됐고, 코스닥과 비상장 시장은 0.15%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코스피 5000시대를 선언한 이 정부의 공약 실천을 위해 과도한 세금 부담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증권거래세율은 현재의 0.15%에서 0.18%로 복원될 것으로 보이며, 0.20%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도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정부는 2023년 상장주식의 대주주 기준을 종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는데 이러한 조치가 고액 자산가 중심의 감세 비판과 함께 세수 축소 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준금액을 낮추거나 대주주 판단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이 이번 세제 개편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개편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세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만큼 이를 어떻게 회복하고 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