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최근 정제마진 회복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정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복합 정제마진은 4월 첫째 주 2.4달러, 5월 첫째 주 6.2달러, 6월 첫째 주 7.2달러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최근 정제마진의 개선은 세계 정제설비의 공급 축소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하루 54만7000배럴의 정제설비가 폐쇄될 예정이고, 유럽에서도 하루 40만배럴 규모의 설비 폐쇄가 계획됐다. 지난 4월말 이베리아반도의 정전으로 하루 150만배럴의 정제설비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여기에 정유업계의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수요 역시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맞대응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공습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장중 최대 13%까지 뛰었다. 이란은 중국과 인도 등에 원유를 수출하는 주요 산유국으로,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며 석유 수급 불안이 떠오른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정제마진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으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누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가 급등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마진 부담이 커지고, 고유가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 미중 관세 리스크 등 대외 변수도 많아 향후 유가 흐름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기 둔화 국면에서 유가가 급등하면 수요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수익 예측이 어려워져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