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코리아가 수주한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최종 계약이 4일 전격적으로 체결됐다. 한국의 원전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만이다. 팀코리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되고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 등 한국전력 그룹 계열사에 더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등 민간 업체도 뭉쳤다.
이날 한국 정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 Ⅱ)는 두코바니 원전 2기 신규 건설 최종 계약에 서명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이날 현지 언론에 “조금 전 두코바니 원자로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에너지 자급과 안보에 결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 계약 체결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수주 경쟁 끝에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애초 한수원과 EDU Ⅱ는 지난달 7일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서명식 하루 전 체코 브루노 지방법원이 경쟁에서 탈락한 EDF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반발한 EDU Ⅱ와 한수원이 차례로 항고했고, 이날 최고행정법원이 가처분 결정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 즉시 양측이 전자문서를 통해 서명을 진행하면서 계약의 효력이 발생했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방법원의 제동에도 신규 원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한수원과 EDUⅡ의 계약을 사전 승인하는 등 최종 계약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한 바 있다. 양측은 지난달 체코에서 최종서명을 위한 제반 준비를 모두 마치고, 최고행정법원 판결이 나면 즉시 전자서명을 실시하기로 사전에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럽연합(EU)이 역외보조금 위반 조사에 나서는 등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 원전 단지에 1기가와트(GW)급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2036년 첫 가동이 목표다. 지난달 체코 정부에 따르면 두코바니에 건설할 원전 단가는 2024년 가격을 기준으로 약 2000억 코루나(12조7000억원)로 2기 건설 가격은 약 25조4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팀코리아가 세계 최대 원전 강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글로벌 원전 시장의 중심인 유럽에 처음으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소·중견기업을 비롯한 국내 원전 공급망 전반에 일감을 창출하면서 침체했던 원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만약 한수원이 체코의 테멜린 원전 건설에서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뒤 최종 계약까지 이른다면 유럽 원전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