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뜨거운 투표 열기… 고3부터 121세까지, 돼지갈비집-헬스장서도 투표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백삼봉(103) 어르신이 광주 남구 진월동 제1투표소(진월행정복지센터)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6·3 대통령 선거 투표는 나이∙장소∙시간 불문이었다. 처음 투표권을 얻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주민등록증상 1904년생인 121세 노인까지 나서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소규모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배를 타고 나와서 투표를 했고, 동네 헬스장(피트니스센터), 돼지갈비집, 결혼식장 같은 이색 투표소에서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투표행렬은 선거 개시 시간인 오전 6시부터 마감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9~30일 사전투표일처럼 이날 본 투표일에도 전국에서 오픈런이 펼쳐졌다. 대구 수성구 매호초등학교에 마련된 고산3동 제6투표소,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학교 2층 복도에 마련된 광교1동 제9투표소는 오전 6시 이전부터 50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렸다. 서울 강남구 개포4동주민센터의 개포4동 제1투표소는 오후 2시까지도 투표 행렬이 줄지 않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어린이도서관에 마련된 장안제2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경북 구미시의 30대 유권자 남 모씨는 “사전투표 때 오픈런 줄이 길게 이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일부러 오후 3시쯤 투표소를 찾았는데 그때도 줄이 있어서 놀랐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투표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국민들의 뜻이 많이 반영됐다는 것 아닌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투표를 위해 배를 탄 섬마을 주민들도 눈길을 끌었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의 부속 섬인 죽도·호도·용초도 주민 31명은 오전 7시 첫 배를 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행정선과 유람선을 이용해 한산도에 도착해 면사무소에서 권리를 행사했다. 정석재 죽도 이장은 “섬 주민들 대부분이 고령인데,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모두 함께 투표소로 향했다”고 소개했다.

 

인공호수 파로호에 둘러싸여 육지 속 섬마을이라 불리는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동촌1리 주민들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10㎞를 이동해 화천읍 제3투표소인 풍산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았다.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파주 대성동 마을,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도 각자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연산역 대합실에 마련된 연산제5동 제3투표소 밖에서 한 가족이 투표 후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투표엔 나이도 없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18세 한은경 양은 “직접 나라를 대표할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북 옥천군에서는 주민등록상 1904년생 이용금 할머니가 딸의 부축을 받아 청산면 다목적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이 할머니는 “생전 마지막 대통령 선거가 될 수도 있어 꼭 참여하고 싶었다. 훌륭한 사람이 뽑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나 학교가 아닌 이색 투표소도 화제를 모았다. 수원 노블레스 웨딩컨벤션 2층(우만1동 제4투표소), 의정부운전면허시험장 내 도로주행시험 교양실(자금동 제5투표소), 성남종합운동장 실내 씨름장(성남동 제2투표소), 경기 광주시 게이트볼장(도척면 제3투표소), 서울 고도일병원(반포1동 제4투표소), 부산 수영구 레슬링장(남천2동 제3투표소), 청주 호반베르디움아파트 1층 피트니스센터(성화·개신·죽림동 제10투표소), 서울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훈련장(청구동 제1투표소) 등이 대표적인 이색 투표소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훈련장에 마련된 청구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에 마련된 성남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밖에 경기 광명시의 돼지갈비집 상상초월식당(소하2동 제4투표소), 서울 서대문구 피자집 고래한입피자(북가좌2동 제5투표소)처럼 ‘이런 곳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법한 장소도 있었다. 이들 민간 투표소는 선관위로부터 소정의 사례금이나 수십만원 수준의 임차료를 받을 수 있다. 투표소는 각 읍·면·동 선관위에서 주민 접근성과 시설 규모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이처럼 민간시설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편 일부 투표소 안팎에서는 기표 절차에 대한 항의나 특정 후보 지지 발언 등으로 소란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울산 동구 일산동 제1투표소에서 남성 유권자 1명이 투표용지를 받기 전 선거인명부 확인란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적지 않으면서 투표사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남성은 또 투표용지의 진위를 따지면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려고 했고 결국 경찰관과 투표사무원에 의해 퇴거 조치됐다.

 

또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 투표소 입구에는 ‘대통령 김문수’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풍선이 설치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선거 사무원들은 풍선을 발견한 직후 철거했으며 서초구 선관위에 사안을 보고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는 40대 남성이 투표소에서 약 15m 떨어진 곳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외쳤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소로부터 100m 안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언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