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궐위선거인 만큼 새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투표 전날인 지난 2일까지 보수·진보 각 진영의 총결집을 이끌어내며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재명, 김문수 두 후보는 모두 각자 의미있는 장소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유권자를 만났다. 각 후보는 상징적인 장소를 중심으로 ‘초심’과 ‘통합’, ‘민생’ 메시지를 전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강북구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이어 하남, 성남, 광명, 서울 강서구를 거쳐 여의도공원에서 선거운동의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출발점인 성남과 경기 지역을 관통한 뒤, 촛불 집회의 상징 여의도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가 강조해온 계엄 저지를 다시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이 후보는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된 성남의 한 교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성남은 이 후보의 정치적 뿌리이며, 여의도는 국민이 직접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장소”라며 “초심과 검증된 리더십, 위기 극복 역량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유세를 마친 뒤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한다.
이 후보는 이날 유튜브 방송 인터뷰를 통해 최근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혐의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 “정치 인생 중 가장 황당한 일”이라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었다”며 “일종의 특종이 될 만한 이야기지만, 대법원 내부에서도 기각 의견이 우세했던 걸로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느냐’는 질문에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 후보는 “나는 진보좌파라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규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당선될 경우 집무실은 용산을 사용할 예정이지만 “청와대를 빠르게 수리해 청와대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며 청와대 복귀 의지도 피력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마지막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역을 돌며 영남권과 충청권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김 후보 선대위는 “제주에서 출발한 국민의 목소리가 부산과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피날레 유세’를 열었다. 또 이날 당내 경선 경쟁자들과 함께 ‘원팀 통합정부’ 구상을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김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서울시청 광장은 국민의 목소리가 집약되는 공간”이라며 “광화문은 청년과 직장인들이 미래를 고민하는 장소다. 마지막 유세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청년들의 삶을 보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유세를 마친 자정 이후 서울 홍대와 강남 일대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거리 인사도 이어갔다. 선거 막판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를 끝까지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날 경기 시흥 한국공학대를 찾아 학생들과 학식을 먹었다. 이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유세하고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일대에서 마지막 집중유세를 펼쳤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유세를 시작으로 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강남역 등을 거쳐 장애인과 노동자, 여성 이슈를 부각했다. 마지막 유세는 종로구 보신각에서 마무리한다.
한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이번 선거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희망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라며 “모든 유권자께서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모두가 바라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큰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60일 간의 준비 기간 동안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결과의 신뢰성 확보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임했다”며 “사전투표소별 1시간 단위 투표자 수 공개, 공정선거참관단의 현장 참관 확대 등으로 투명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어 “개표는 한 표 한 표를 정확히 집계해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국민 모두가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