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무지개다리 건넌 반려견… 펫로스 극복하려 유기견 봉사 왔죠”

-포포즈-포인핸드, 용인 티어하임에 물품기부 및 봉사활동
-전국에서 모인 반려인과 힘모아 견사 청소, 산책 등 ‘온정’

용인 티어하임 봉사활동에 나선 참가자들과 포포즈 및 포인핸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장례식장에서 유기견 봉사활동 소식을 알게 돼 찾아왔어요.”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유실·유기동물 보호소 ‘용인 티어하임’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브랜드 포포즈(Four paws)와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Paw in hand)가 함께 준비한 봉사활동 참가자들이었다. 꼭 열흘 전, 9년을 함께한 반려견 몰티즈 ‘아지’를 강아지별로 보냈다는 대학원생 황진영씨는 “아지와 같은 유기견을 돕는 자리라고 해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티어하임은 사단법인 용인동물보호협회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로, 지자체 보호소에서 보호기간이 지나 안락사 예정인 개들을 데려와 돌보면서 입양도 보내는 곳이다. 현재 여기서 지내는 약 370마리의 대부분이 대형견인데 인력은 기미연 용인동물보호협회 대표 이하 6명이 전부다. 기 대표는 “봉사자들의 도움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참가자가 견사 청소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봉사활동 참가자가 보호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충남 아산에서 약 1시간을 들여서 티어하임에 방문한 황씨를 비롯해 전남 목포시에서 2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온 봉사자, 경기 시흥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봉사자, 인천 월미도에서 찾아온 봉사자 등 전국에서 6명 봉사자가 모였다. 여기에 포인핸드와 포포즈 임직원 7명이 힘을 합쳐 이날 오후 1시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우선 보호견들이 지내는 실내 견사를 청소했다. 견사 안팎을 쓸고 닦았다. 톱밥 소분(小分)에도 힘을 보탰다. 견사 물청소가 어려운 티어하임에서 톱밥은 냄새 탈취, 보온 등 효과를 위해 견사에 까는 중요한 물품이다. 사용한 톱밥은 퇴비로 쓰이는데 이를 다시 옮기는 활동이 이어졌다.

 

봉사활동 참가자와 포포즈 관계자가 합심해 톱밥을 담고 있다. 박재림 기자
봉사활동 참가자와 포인핸드 관계자, 티어하임 직원들이 다 쓴 톱밥을 모아 옮기고 있다. 박재림 기자

 

약 20도까지 올라간 날씨에 봉사자들의 이마에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중간 중간 휴식시간마다 봉사자들은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티어하임에서 제공한 음료와 과자도 나눴다.

 

다음은 산책 봉사였다. 보호소 관계자가 리드줄 잡는 법, 배변 처리법, 산책 코스, 개들의 이름과 특징 등 설명을 마친 뒤 산책에 나설 개를 각자에게 전달했다. 봉사자들은 약 30분간 보호소 인근 산과 논밭을 함께 걸으며 교감했다. 인천에서 온 30대 자영업자 정수범씨는 “포인핸드에서 입양한 유기견 넷을 반려하고 있어서 산책은 익숙하다”고 웃으며 “휴일을 맞아 봉사활동을 왔는데 도움이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참가자가 보호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봉사활동 참가자가 보호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보호견들은 산책 중 봄꽃 향기를 맡고, 낙엽에 몸을 부비고, 흙길과 잔디밭을 달리며 자연을 만끽했다. 기 대표는 “개들에게 산책은 복지다. 이곳 강아지들은 밥 먹는 것보다 산책을 더 좋아한다”며 “보호소 인력만으로는 하루에 20마리와 산책도 어려운데 이렇게 봉사자분들 덕분에 많은 강아지들이 봄 소풍을 즐길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오후 4시까지 봉사활동이 마무리 됐다. 목포에서 올라온 봉사자는 소감을 묻자 “남들 다 하는 건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반려견 ‘하리’의 보호자라는 그는 이날 딸과 함께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포포즈 관계자에 따르면 3개월 전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보호자도 유기견 봉사로 펫로스를 치유하고 싶다며 이날 활동을 함께했다.

 

기미연 용인동물보호협회 대표,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강시걸 포포즈 전무(왼쪽부터)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날 포포즈와 포인핸드는 티어하임에 500만원 상당의 물품 기부도 했다. 외부기생충예방약 약 100박스로, 성견 600마리가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물량이다.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동물 입양플랫폼으로서 지역 동물보호단체에 실질적 도움되고 싶었다. 실제 입양자들과 함께해서 더 뜻깊었다”며 “유기동물과 유기동물 보호소에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시걸 포포즈 전무는 “펫로스을 이겨내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참가자들에게서 큰 감명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 변화와 펫로스 극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용인 티어하임. 박재림 기자

 

◆ 용인 티어하임은

2023년 문을 연 용인 티어하임은 유럽 최대 규모이자 안락사가 없는 독일 베를린의 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 heim)을 지향한다. 용인 티어하임을 운영하는 용인동물보호협회는 2013년 출범해 용인시와 경기 광주시의 위탁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2년 전 이곳에 보호소를 만들고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올해도 안락사를 앞둔 지자체 보호소의 개 50마리를 구조했다. 개인봉사자로 시작해 용인동물보호협회를 이끌고 있는 기미연 대표는 “용인은 개발지가 많아서 버려지는 마당견이 많다”고 밝혔다.

 

티어하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입양이다. 소형견을 선호하는 국내에서는 입양이 어려워 해외 입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100마리 이상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용인=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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