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선다. 업계 10위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 시정조치를 내리고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는 등 변화를 모색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례회의를 개최해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대한 경영개선 권고에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적기시정조치다. 함께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페퍼·우리·솔브레인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산 건전성 등이 개선돼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했다.
상상인저축은행에 내려진 경영개선권고는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6개월간의 조치 이행 기간 중 정상 영업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자 불편은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행 기간 중 경영상태가 충분히 개선됐다고 인정되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 경영개선권고를 종료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업계 10위인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18.7%,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6.9%로 업권 평균을 상회한다. 금융위는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권고했다. 경영상태가 개선된다면 6개월의 조치 이행 기간 전에 경영개선권고를 조기 종료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상징적인 경고를 한 것이다.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이것을 보고 건전성 관리에 힘쓸 것이다. 시장에 보내는 상징적인 경고이자 준엄한 주의”라면서 “중앙회 차원에서도 부실자산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업계의 구조조정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저축은행업권 간담회를 통해 M&A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신속한 시장자율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M&A 허용 대상 저축은행 범위를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부실 저축은행 기준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 해당하는 저축은행으로 확대한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역시 9% 이하에서 11% 인하로 변경했다. 완화된 기준은 필요 시 연장도 가능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과도하게 엄격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현행 M&A 기준을 합리화해 수도권 내 취약 저축은행들이 추가적으로 M&A 허용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업계에선 M&A 검토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OK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에 돌입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위는 2023년 상상인에 계열사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보유 지분을 10% 이내로 줄이라는 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에 상상인은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인수 의지를 드러낸 OK금융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매각가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과의 매각이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13일부터 실사를 진행하며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7위인 페퍼저축은행은 2023년과 지난해에 각각 200억원씩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올해는 300억원의 증자를 단행했다.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간 상황에서 호주 페퍼그룹이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실사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