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반려견 항암제] 사람보다 높은 암 확률… ‘박스루킨-15’ 새 시대 열었다

-박셀바이오 발 빠르게 개발나서며 제품화 성공
-적응증 및 종 확대 전념… 유한양행 유통 맡아

강아지가 수의사 처방으로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를 투여 받고 있다. 박셀바이오 제공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나오는군요.”

 

반려인 천정은 씨는 간암으로 투병한 반려견 해피와 2017년 작별했다. 18일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출시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8년 전 강아지 암 치료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면서 항암제 개발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해피는 먼저 보냈지만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뽀뽀를 생각하면 이제라도 생겨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날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전문 기업 박셀바이오는 국내 최초의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적응증 유선종양)를 이번주 중으로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박셀바이오는 해당 약품의 유통 및 마케팅을 맡은 유한양행에 최근 초도물량을 공급했고, 유한양행은 이달 말부터 전국 동물의약품 대리점을 통해 공급에 나선다. 이로써 다음달부터는 일선 동물병원에서 처방과 투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셀바이오에 따르면 암으로 고통 받을 확률은 반려견이 사람보다 더 크다. 림프종 발생률은 2~5배, 유선암은 4배, 골육종은 8배, 피부암은 35배에 달한다. 이에 고령 진입 시기로 보는 8세 이상 반려견의 암 발생률은 40~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령견 사망 원인 1위가 종양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반려견 약 275만 마리 중 41.4%인 114만 마리가 9세 이상 노령견이다. 2025년 현재 그 비중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내 반려견의 암 발병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까지도 국내에는 반려동물 전용 항암제가 없어 인체용 약품 사용에 만족해야 했다. 사람과 동물의 몸이 다른 만큼 효능 및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존재했다.

 

‘박스루킨-15’ 제품 사진. 박셀바이오 제공

 

이에 박셀바이오가 업계 선두로 반려동물 전용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가장 먼저 제품화에도 성공했다. 박스루킨-15는 개 백혈구 등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혈액 속에 함유된 면역 단백질) 인터루킨-15를 근거로, 대장균 발현 시스템을 이용해 유전자 재조합한 의약품이다.

 

반려견에게 투여하면 NK세포와 T세포 등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면서 항암면역기능이 강화된다. 지난해 8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첫 반려동물 면역항암제(유선종양 수술 후 면역보조제) 품목허가를 받았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유선종양 절제 수술을 받은 개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서 종양 제거 수술만 받은 대조군보다 높은 임상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삶의 질도 향상됐다”며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신체검사 및 혈액학적 검사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는 29~30일 서울수의 춘계 임상컨퍼런스에서 박셀바이오는 박스루킨-15의 면역항암 효과를 발표하고, 유한양행은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양사는 앞으로도 이러한 투트랙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셀바이오는 적응증(림프종 등) 및 종(고양이) 확대를 위한 연구에 집중한다.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는 “박스루킨-15의 적응증을 다양한 암 종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투여경로를 다양화 하는 기술특허 출원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를 넘어 해외 수출을 위해 대륙별 특화 전략 모듈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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