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국내 금융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날개를 달았다.
이날 코스피는 뉴욕증시 급등과 환율 하락에 힘입어 2500선에 안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보다 31.46포인트(1.26%) 높은 2528.27로 출발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속에 강세를 유지하면서 2534.01까지 오르는 등 2530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다가 최종 30.68포인트(1.23%) 상승한 2527.49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12.63(1.77%) 상승한 724.24로 거래를 마쳤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3연속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등한 뒤 여전히 146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미 환율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된 만큼 환율이 추가로 더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증권가는 최근 코스피가 2500선을 등락하는 가운데 금통위 결과에 따라 장중 변동성은 있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과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시하며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통위 이벤트보다 앞서 발표된 미 CPI 근원치가 예상에 부합하면서 뉴욕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안도감에 국채금리, 달러 하락 안정화에 월가에서는 금리 인하 속도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 등 국내외 불확실성 완화는 우리 증시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미 노동부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 0.3%보다 높았다. 에너지제품 가격이 2.6% 급등하면서 CPI 상승분의 40% 이상을 차지한 영향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전월(0.3%)과 비교하면 오히려 둔화세를 보였다.
이번 CPI 수치 발표로 올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도 확대됐다.
이 기대감은 뉴욕증시와 가상자산 상승세를 가져왔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5% 오른 4만3221.55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도 1.83% 상승한 5949.91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2.45% 오른 1만9511.23으로 거래를 마쳤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 이후 일주일 만에 10만달러선으로 올라섰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