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너무 높아 동결”...기준금리 인하 대신 동결 선택한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경기 하방 우려에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부에서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고환율이 계속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하와 함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면서 1400원 후반대까지 올라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하지만 여러 변수를 같이 고려했다”면서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계엄 전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른 것 중에 50원은 전 세계 공통으로 달러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면서 “기계적으로 보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상승은 20원이다.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정치 영향)은 20원보다 큰 30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환율 시대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방 압력도 커졌다. 이 총재는 “환율 수준이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는 적었다면 지금은 정상적일 때보다 필요 이상으로 올라갔다. 물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환율이 만일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저희가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 올라 2.05%가 될 것이다.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장기 저성장 우려는 여전하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9%로 예상하면서 잠재성장률(2.0%)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보다 낮은 1.8%를 예상했다. 지난달 소비 회복세가 약화되고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졌다. 고용에선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줄어드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금통위는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계엄 사태로 인한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망치인 0.4%를 하회할 가능성도 생겼다.

 

이 총재는 “소비와 내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을 2.1% 정도 예상했는데 최근 한은 내부에선 4분기 성장률이 0.4%보다 낮은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면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이내에 현재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서 단기적인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신정부와 같은 대외 경제 여건을 확인한 이후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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