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여파...한국은행, 12월 한 달 동안 RP 47조원 매입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엄사태가 일어난 지난달,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 총액이 47조원을 돌파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한 해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동안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RP)이 47조6000억원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매입한 4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한 해의 총액은 106조1000억원으로 2020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여건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경우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한다. 금융기관의 채권을 매입하여 유동성을 공급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 3월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그 해에만 총 42조3000억원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후 2021년 4조원, 2022년 26조8000억원 수준으로 매입량을 조절했고 3고(고금리·고물가·고유가)현상 심화로 내수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3년에는 다시 50조9000억원의 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극대화됐고, 한은은 지난달에만 47조6000억원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미 11월까지 58조5000억원을 매입했기 때문에 지난해 매입량은 사상 처음으로 106조1000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한은이 유동성 공급량을 파악하기 위해 상환 후 잔액의 일 평균을 기준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적용해도 계엄사태의 여파는 상당했다. 지난달 환매조건부채권 잔액 평균은 14조9000억원으로 직전 최고액이었던 2020년 6월의 14조원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계엄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크다는 것을 한국은행이 입증한 셈”이라면서 “야당의 발목 잡기를 내란의 원인이라고 변명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정작 국가 경제의 발목을 부러뜨린 것과 다름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한국은행 임직원 모두 고생이 많았다”라면서 “신속한 탄핵안 인용과 윤석열 구속으로 이 사태가 온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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