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인하 vs 동결...새해 첫 금리 결정, 한은의 선택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다가오고 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지만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기준금리를 결정을 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진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후 11월에도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3.00%까지 내려왔다.

 

새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이유는 성장률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내외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관세 부과, 보호주의 무역 등으로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국 불안으로 소비 심리 위축 우려도 커졌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는 위축됐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제시해 잠재 성장률(2.0%)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불거질 경우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정치 불안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JP모건은 정국 불안까지 반영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8일 정치 불확실성을 반영한 ‘1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KDI는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고환율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환율은 또 한 번 치솟았다. 우려했던 1500원 돌파는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면했지만 1450원 선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환율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

 

한은은 ‘2025년 통화정책운용방향’을 통해 이례적으로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내수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도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기 성장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지만 환율이 걸림돌이란 얘기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의견이 팽팽할 전망이다. 11월 회의 때고 금통위원들의 인하와 동결 의견은 4대2로 갈렸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위원들은 이번에도 경기 하강 우려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위원들 역시 당시보다 환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의견을 뒤집을 명분이 어려워졌다. 특히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20년 만에 한은 집행부 결정이 소수의견이 되는 평가를 감수하고 ‘유지’ 의견을 냈다. 당시 유 부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이유로 유지 의견을 냈다.

 

금통위원 의견이 3대3 동률을 이루게 되면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이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되면 역대 네 번째다. 2013년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이후 첫 행사를 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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