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착륙 시도 과정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사고에선 탑승객(181명)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테러 등을 제외한 국내 민항기 사고를 기준으로 하면 228명이 사망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자료 등을 바탕으로 과거 민항기 사고를 돌아보며 이번 참사의 규모를 알아봤다.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1997년 8월6일 서울발 대한항공 801편(B-747)이 미국령 괌의 공항 인근 5㎞ 산중턱에서 추락한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총 254명 중 228명(한국인 213명)이 사망했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기상악화 속 준비 미비, 관제시설 불량, 성수기 무리한 비행으로 인한 조종사 및 항공기의 피로 가중, 괌 인근해상에 태풍이 발생했음에도 이륙을 강행한 점이 사고 원인으로는 꼽혔다. 1983년 대한항공 007편이 항로 이탈로 소련에 의해 격추돼 탑승자 269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민항기 사고로 남아있다.
▲1993년 아시아나항공 전남 추락사고=1993년 7월26일 아시아나항공 OZ733편(B-737)이 전남 해남군 뒷산에서 추락한 사고였다. 해당 여객기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강한 강풍과 안개 등 기상 악화로 3차례 착륙 시도가 무산된 뒤 고도를 낮춰 운행 사고가 일어났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추락한 기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으며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106명 중 66명이 사망했다.
▲1989년 대한항공 리비아 추락사고=김포공항을 떠난 대한항공 803편이 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1989년 7월27일 최종 목적지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을 향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승객 181명과 승무원 18명이 탑승한 해당 여객기는 짙은 안개 속에 착륙을 시도하다 지상 장애물에 충돌해 추락하며 세 동강이 났다. 탑승객 75명에 사고 기체가 덮친 주택에 있던 리비아인 4명이 숨졌다.
▲2002년 중국항공 김해 추락사고=2002년 4월15일 중국국제항공 CCA129편이 김해공항 인근 산기슭에서 추락해 탑승객 129명이 사망했다. 사고기에 탑승한 전체 167명 중 136명이 한국인이었다. 한국 영토에서 벌어진 항공사고 중 가장 피해가 큰 사고로, 이번 무안 여객기 참사는 해당 사고의 피해 규모를 뛰어넘었다.
그밖에도 1980년 11월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 015편이 김포공항 착륙 도중 활주로에 낙착하며 탑승인원 226명 중 15명이 사망하고, 공항 제방에서 군 장병 1명이 희생된 사고가 있었다. 또한 2013년 7월6일 인천발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하며 3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1989년 11월25일 대한항공 175편이 공항 이륙 중 추락하며 1명이 사망했다.
여객기 사고는 났지만 다행히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사례도 있다. 1991년 대한항공 376편이 동체착륙에도 탑승객 126명이 전원 생존했고, 1994년과 1998년 각각 대한항공 2033편(탑승객 160명)과 8702편(탑승객 395명)이 활주로 이탈 후 충돌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빠른 대피로 모두 무사히 탈출했다. 2015년에는 아시아나항공 162편이 탈주로를 이탈했지만, 탑승객 81명 전원이 생존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