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잔술·콜키지·논알콜…‘부어라 마셔라’는 이제 그만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면서 주류의 종류도, 문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소주와 맥주로 대표되던 시대에서 위스키, 하이볼, 논알콜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부어라 마셔라’하는 문화는 사라지는 추세다. 대학가의 술집은 한산하다. 반면 성장하는 위스키 시장은 주 대상층을 MZ세대로 잡는다. 그저 마시기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술에 관해 배우고,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비교적 비싼 가격도 가치에 따라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는 요즘 세대에게 맞는 변화다.

 

 상사의, 혹은 선배의 술을 무조건 받아야만 하는 시대도 아니다. 2차, 3차를 외치던 회식 문화도 달라졌다. 문화생활을 접목해 팀워크를 다지거나 부득이한 회식자리에 논알콜 맥주를 미리 준비해 마시는 직장인들도 있다. 더 나아가 손님이 직접 술을 가지고 오고, 식당에서 잔을 내어주는 ‘콜키지 서비스’도 확장되고 있다. 위스키나 와인 등 고급 주류를 즐기는 문화가 늘면서 무료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장도 늘었다. 이젠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러모로 달라지고 있는 주류 문화다.

 

 ‘잔술’이 새로운 주류문화로 안착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술을 병째로 파는 것은 물론 한 잔씩 파는 것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명시됐다. 잔술 판매 행위를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으로 간주해 면허 취소의 예외로 인정했다.

 

 지금까지 ‘잔술’은 칵테일이나 생맥주에 해당했다. 주류에 탄산 등을 섞거나 맥주를 빈 용기에 담는 행위는 예외에 해당했다. 막걸리나 위스키 등의 잔술 판매는 종종 찾아볼 수 있었지만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식적으로 잔술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벌써 반기는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메뉴에 따라 간단히 반주를 즐기려는 손님들에게 잔술의 등장은 반갑다. 고물가 시대에 소주 한 병이 최대 9000원까지 치솟으면서 부담을 느끼던 손님들도 이를 반긴다. 반면 남은 술을 재활용하는 등 위생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걱정도 있다. 또한 ‘한 잔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잔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잔술을 핑계로 몰래 운전대를 잡는 손님, 잔술을 핑계로 남은 술을 몰래 판매하는 주인 등 단속을 피한다면 위법이 난무할 가능성도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음주문화 속에서 서로를 믿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길. 결국 마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양심’에 달린 일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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