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C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직구를 역 이용하는 방법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 낸다.
31일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 직구액은 지난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소비자상담도 늘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건수는 1만9418건으로 전년(1만6608건) 대비 16.9% 늘었다.
특히 ‘물품 직접구매’ 상담이 4769건으로 전년(1952건) 대비 136.1%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알리와 관련한 상담이 2022년 228건에서 지난해 673건으로 1년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취소·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에 대한 불만이 7521건(38.7%), ▲미배송·배송지연·오배송 등 배송 관련 불만이 2647건(13.6%)으로 많았다.
중소기업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C커머스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제조업, 도·소매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해외직구로 인한 피해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53.1%) ▲직구 제품의 재판매(40%) ▲지식재산권 침해(34.1%) 등이 주요 피해 유형으로 꼽혔다. 중국발 해외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인식하는 응답도 80.7%에 달했다.
각종 불만이 치솟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응에 나섰다. 우선 공정위는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와 동의의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사업자들은 매출액·이용자 수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할 의무가 부여된다. 국내 대리인은 소비자 불만·분쟁 처리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동의의결제는 신속한 소비자 피해 구제 등을 위해 사업자 신청 시 공정위가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사업자가 마련한 시정 방안을 의결하는 제도다. 도입되면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 소액 피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향후 정책 설계 및 입법을 위해 공정위는 이커머스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4월22일까지 해외 정책보고서, 선행 연구, 시장분석 보고서 등을 문헌 조사하고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조사대상·조사항목 등에 반영하기 위한 사전 시장조사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이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해관계자 인터뷰 및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조사 내용을 분석·정리할 방침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국내 제조업이나 소상공인이 중국 플랫폼에 흡수될 경우에 대한 대책이 특히 필요하다”며 “보호라는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우수한 국내 제품을 해외로 역직구 보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