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자체의 감동, 보여드리겠습니다.”
또 한 번 새 출발선 위에 섰다. 수많은 시작을 경험했지만 예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주황색 대신 하늘색을 입었다. 1년 만에 리그서 퇴출당한 데이원을 뒤로 하고 KBL 새 가족이 된 소노의 수장이 됐다. 그래도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김승기 감독이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있다. 평범하게 가려 했다면, 나를 감독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정말 농구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 고난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고난의 연속이었다.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의 초대감독으로 야심 찬 도전을 외쳤다. 예기치 못한 악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구단의 무책임한 경영 속에서 수개월 동안 월급조차 제때 받지 못했다. “솔직히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딱 한마디 했다. 우리(코칭스태프)는 마지막일 수 있어도, 너희들은 아니다. 끝까지 하자. 시즌 후 모두가 흩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이라고 밝혔다.
억울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 감독은 리그서 손꼽히는 명장 중 한 명이다. KGC인삼공사의 왕조시대를 열었다. 지휘봉을 들었던 7시즌 동안 3차례 정상에 올랐다. 데이원에서도 힘든 여건 속에서도 창단 첫해부터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그간 정말 열심히 했다. 성적도 냈고 리그 흥행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 역량이 아닌, 다른 요인들에 의해 일을 그만두면 아쉬움이 클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 진심
그 어떤 순간에도 농구를 향한 진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모두를 감탄케 했다. 지난 시즌 선보인 이른바 양궁 농구도 마찬가지. 경기 당 평균 11.5개의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감독은 “멤버 구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 아니면 도’라 판단했다.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웠다”면서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지금까진 잘 맞아떨어진 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없던 농구에 팬들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수많은 발걸음이 경기장으로 향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구단 사정과 관계없이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모두가 슈퍼스타였다. 하나로 뭉쳐 6강 PO를 넘어 4강에까지 오르는 장면은 울림, 그 자체였다. 데이원의 농구를 일컬어 ‘감동 농구’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김 감독은 “팬분들이 마치 코트 위에 있는 것처럼 같이 뛰어주더라. 진정한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진짜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 감동
새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날은 잊고 희망을 이야기할 때다. 유독 굵직한 이동이 많았던 지난 에어컨리그. 소노는 인수과정 등을 거치느라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외인 디드릭 로슨과 작별하게 된 것도 아쉬운 대목. 김민욱, 김지후 등이 합류했지만 여전히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에 있다. 그럼에도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김승기표 농구다. 김 감독은 “팬들에게 보답하려 한다. 안쓰러워서가 아닌, 농구 자체로 감동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