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남자다. 배우 강태주가 영화 ‘귀공자’의 마르코 역으로 충무로에 이름 석자를 화려하게 알렸다.
영화 귀공자(박훈정 감독)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개봉해 누적관객수 67만 명을 기록중이다.
‘마녀’ 시리즈를 통해 배우 김다미, 신시아를 발굴한 박훈정 감독이 이번에는 처음으로 남자 신인을 주연 자리에 앉혔다. 특히 마르코는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와 한국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역할이었기에 업계의 궁금증이 모였다.
개봉 전 언론과 만난 박 감독은 강태주에 대해 “외모가 마르코 같았다. 해외서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영어, 일어를 독학으로 배웠고, 굉장히 똘똘했다”면서 “감독이 원하는 바를 빨리 알아듣더라. 최종 오디션에서도 연기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장점이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강태주는 최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나 “제 주변을 포함해 정말 많은 배우들이 지원한 작품이다.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1년차 때는 1차, 2년차 때는 2차, 3년차 때부터 감독님 미팅이라는 걸 해봤다. 더디게 성장하며 연기를 배운 것 같다. 그럼에도 항상 최종에서 고사되는 일들이 많더라”며 “그때 든 생각이 ‘나는 선택받지 못하는 배우인가’였다. 그러던 중 귀공자를 만나서 더욱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제가 남들보다 연기를 잘해서 합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치열하고 혹독하게 준비를 했다”고 당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전했다.

목소리부터 귀에 꽂힌다. 톤이 좋다는 말에 그는 “저는 항상 제 목소리가 불편했다. 뭔가 낮고 동굴같은 목소리는 아닌데… 튄다는 생각은 해봤다”라며 “녹음하고 찍은 목소리 들어보면 마음에 안 드는데 이번에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귀공자가 강태주에게 갖는 의미를 물었다. 눈물이 차오른 그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강태주는 “정말 촬영부터 지금 인터뷰까지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준 영화다. ‘배우로서 주연 자리에 선택 받을 수 있는 배우구나, 내가 연기를 계속 해도 되는구나’라는 믿을 준 작품이다”라면서 “사람이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알게 해줬다. 앞으로는 오디션에 도전하면서 두려워하지 않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눈물로 빨간 토끼눈이 된 그는 “자존감이 낮았던 거 같다. 저 스스로 한계를 뒀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귀공자를 통해 비로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모든 배우는 자기에게 맞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씨익 미소 짓는다.
완벽한 미술 덕에 첫 촬영부터 현장에 녹아들었다. 이 역시 감독 덕으로 돌린다.
강태주는 “감독님은 진짜 배우가 현장에서 현장감을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이다. 첫 촬영이 어머니를 바라보고 생각에 빠지는 세트장 촬영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이 든게 이런 소품 하나 하나 배우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마르코의 전사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술의 힘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강태주를 알게된 관객들은 그의 전작을 찾아보고, SNS에 해시태그나 게시물을 올리며 관심과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영화 후기를 찾아봤다. 이 영화를 통해서 마르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동안 다른 역할을 해왔다며, 저를 찾아봐주셨다는 피드백을 봤다. 너무 고맙더라”며 “저도 영화를 보고 배우를 찾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다 관심이지 않나. 그 마음을 알기에 너무 감사하더라”고 두 손을 꼭 쥔다.
앞으로 배우 생활을 더 잘해나가고 싶다는 강태주.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주조연 상관 없이 모든 현장이 간절하다. 현장을 생각하면 설렌다. 언젠가 박 감독님이 불러주실 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감독님, 선배님들을 만나 연기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마르코 역할을 통해 보여진 저의 깊은 모습을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그런 연기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출연작 하나 하나 소중하게 임하며 저만의 영역을 만들테니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