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연속된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변수가 워낙 많은 상황이라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본격적인 하락세의 시작이라는 견해와 일시적 조정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3회에 걸쳐 아파트 등 주택 매매 시장 및 전세시장을 조망해보고 건설업계의 자구노력 등을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매매시장,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떨어진다<上>
전세시장, 뚜렷한 “전세의 월세화”<中>
건설업계, 수주전 비용 줄이고, 신사업 비중 늘리고<下>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2020년 8월 4954건, 2021년 8월 4064건, 2022년 8월 372건.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울시 부동산매매(아파트) 거래 건수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시장의 침체 현상은 이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15% 하락해 전주에 기록한 0.14% 하락폭보다 0.01% 포인트 더 떨어졌다. 이는 2012년 7월 9일에 기록한 -0.16% 이후 약 10년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시장에는 주택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1.8로 1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조사 시점의 상대 평가이지만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 2019년 7월 1일 기록한 80.3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른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라 불리우며 성동구 일대 매매거래가 활성화 됐던 것도 벌써 예전 이야기”라며 “최근 몇년 간 거래가 활발했던 상왕십리역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도 매매거래가 전무하다. 부동산 매매 현장에서는 적어도 내년까지 침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활기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는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건설 원자재 상승, 그리고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증가 때문이다. 고금리 부담과 여신규제, 주택 가격 고점 인식이 늘면서 부동산 매매 시장은 불과 1년전과 달리 실수요자들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관망세‘가 매우 커진 상황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연말내지 내년 초에 3%까지 오른다는게 통설”이라며 “이에 대한 공포감이 집을 사지 않는 군집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이어 “이뤄지는 서울 거래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10채 중 7채가 중저가나 소형주택일 정도로 실속소비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하락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원자재 가격인상 등 자재비 급등으로 분양가 상승요인이 커졌지만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기대가 낮아지며 청약시장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내 물가가 꺾이지 않는다면 금리인상이 이어지며 적어도 연말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동산 시장 빙하기에는 주택보유 유형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무주택자들은 이번 달 분양 성수기를 맞아 청약에 적극 도전할 필요가 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번 달 71개 단지, 총 4만7105가구와 이 가운데 4만791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선다.
함영진 랩장은 “8·16 공급대책 발표 후 하반기부터 사전청약 등 주택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라며 “시공사들은 이를 피해 예정된 분양물량을 서둘러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경우 ‘버티기’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위원은 “상급지 집값은 안 빠지고 중·하급지 집값만 내리는 상황이라 1주택자의 경우 갈아타기는 실속이 없다”며 “같은 동네에서 대형 평수로 이사하는 수평이동은 괜찮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다주택자들은 이 기회에 주택 보유분에 대한 정리도 괜찮다”며 “지금처럼 가격이 하락한 시장에서 증여 거래 등을 이용하는 게 절세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