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쇼크에 한은 사상 첫 ‘빅 스텝’ 나서나

물가 24년만에 최고치…美 연준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커
소비 회복 억제 우려에 25bp 인상 그칠 거란 전망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할 거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6%까지 치솟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도 금통위의 사상 유래없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근거다. 빅 스텝이 단행되면 기준금리는 현 1.75%에서 2.25%까지 오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3일 열리는 금통위를 열어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높여 고삐 풀린 물가에 대응할 거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0% 급등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의 최대치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3.6%), 2월(3.7%), 3월(4.1%)과 4월(4.8%), 5월(5.4%)에 이어 꾸준히 상승세다. 최근 소비자 물가가 뛰는 건 외식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석유류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일반 소비자의 향후 1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3.9%까지 급등한 상태다.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크게 뛰면서 ‘물가안정 도모’가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한은으로선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임금-물가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2022년도 10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인플레이션은 대내외 경제의 중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물가요인을 보다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공급 충격에 기인했다고 하더라도 공급충격이 단기에 해소되지 못해 물가오름세가 지속된다면 미 연준과 같이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와 성장을 조절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미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1.50∼1.75%까지 올린 데 이어, 오는 26~27일 열리는 7월 FOMC 회의에서 또다시 75bp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이 단행될 가능성은 85%에 이른다.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는 1.75%로 같은데, 양국 사이의 금리 차 역전이 확실해진 상황이다. 한은으로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자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을 낮추기 위해선 연준의 통화정책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한은의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노력을 고려하더라도 빅 스텝 가능성을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ING그룹은 지난 4일 “성급한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며 7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25bp로 전망했다. HSBC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3분기에 2차례, 4분기에 1차례 기준금리를 25bp씩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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