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변신 나선 보령, 글로벌·헬스케어로 사업 확장한다

‘보령’으로 사명 변경…헬스케어로 사업 확장 추진
카나브 라인업 확대…올해 ‘듀카브 플러스’ 출시
항암제 포트폴리오 강화…‘시장점유율 확대 가속화’
자가제품 비중 확대 통한 수익성 제고…‘2026년 70% 목표’

 

보령 항암제 생산라인. 사진=보령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과거 명카피를 만든 ‘용각산’은 오늘날 보령(전 보령제약)을 있게 한 효자 제품이다. 용각산은 각 가정마다 상비약으로 한 갑씩 구비하고 있을 만큼 유명한 기침·가래해소제다. 기침이나 가래 증상이 생기면 동그란 통에 담긴 용각산의 미세분말을 한 스푼 퍼서 먹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보령은 오랜 기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기업이다.

 

장수 상품인 ‘용각산’과 ‘겔포스’를 통해 제약 명가로 자리매김한 보령이 올해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제약에서 헬스케어로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사명도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바꿨다.

 

보령은 올해를 ‘변화와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보령제약이 사명에서 ‘제약’을 뺀 만큼 제약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보령을 찾아가 그동안의 사업 성과와 전략,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 용각산, 겔포스. 사진=보령

지난 1957년 서울 중심가 종로에 ‘보령약국’을 개업한 창업자 김승호 회장은 1963년 보령을 설립했다. 당시 한약재가 풍부한 국내 상황과 우리 고유의 전통 한약재를 신뢰하는 국민 정서에 맞춰 일본 류카쿠산과 기술 제휴를 맺고 ‘용각산’을 출시했다. 이어 ‘구심’, ‘용각산’, ‘겔포스’ 등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속속 발매하며 제약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1973년 경기도 안양공장 준공으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은 보령은 임피실린 합성시설을 준공해 국내 최초로 멕시코에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의약품(OTC) 위주의 제품에서 치료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1981년에는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듀리세프’와 항암제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제약업계 10대 메이커로 부상했다. 현재 서울 본사와 예산캠퍼스, 안산공장 및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2010년에는 국내 15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를 개발했다. 

 

보령 장두현 대표이사. 사진=보령 

보령은 지난 1963년 창립 이래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이후 김승호 회장에 이어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2009년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12월 김은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보령은 오너 3세 김정균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기존 장두현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로 개편된다. 김 사장은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며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의 아들이다.

 

보령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전문성과 차별화 전략이다. 보령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수탁, 신장투석(Renal),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보령의 전문의약품 사업은 항암제,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정신과의약품 등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5대 질환군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 시장에서는 보령을 대표하는 전문의약품 가운데 하나인 카나브 브랜드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는 고혈압 치료제 중 ARB 계열(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로 혈압 상승의 원인 효소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이다. 이어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 고지혈 복합제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등을 출시하며 2020년 기준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장두현 보령 대표는 “카나브와 항암제의 성장, 자가 제품 비중 확대는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강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 부분의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보령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령은 지난 2020년 7월 일반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마케팅·유통을 하는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령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신장투석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국내 최초 복막투석액 개발 성공을 시작으로 혈액투석, 신장성 약물 개발 확대에 이르기까지 콩팥병 치료에 필요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나브 패밀리. 사진=보령 

보령은 올해 제약에서 헬스케어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기반 다지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고혈압 신약 카나브 라인업 확대, 항암제 시장점유율 강화, 자가 제품 비중 증대’라는 3대 경영계획을 통해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강화를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올해 자사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의 라인업 확장을 예고했다. 단일제를 비롯해 5종의 복합제로 진용을 갖춰왔던 카나브 제품군은 올해 고혈압 3제 복합제인 ‘듀카브플러스’(성분명 피마사르탄+암로디핀+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를 선보이며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인 보령은 올해 항암제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혈액암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주요 혈액암 제품인 벨킨(성분명 보르테조밉), 데비킨(성분명 데시타빈), 비자다킨(성분명 아자시티딘), 벤코드(성분명 벤다무스틴), 글리마(성분명 아자시티딘) 등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또 올해 신규 파트너링을 통해 케미컬 위주의 항암제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보령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독점 판권 계약을 통해 온베브지(성분명 베바시주맙)와 삼페넷(성분명 트라스투주맙)를 도입하면서 첫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바 있다. 올해 항암 혁신신약 연구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오는 2026년까지 자가 제품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려 업계 최고의 수익성 갖춰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 대형품목 제네릭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당뇨, 고지혈, 비뇨기 제품 등에 대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에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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