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의 전쟁 나선 오세훈, 집값 안정 효과는

압구정·여의도·성수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재개발·재건축 속도 조절… 시장 반응은 회의적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주장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근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목동과 압구정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격 담합 등 각종 교란행위를 일벌백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집값 안정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민간 주도 공급대책이 흔들리고, 부동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오 시장 취임 전후로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며 집값이 과열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주택 거래 시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해 실거주해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오세훈 시장은 29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관한 서울시의 의지를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내고 “지난 10년간 막혔던 주택공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없인 백약이 무효”라며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먼저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4·7 보궐선거 당시 재건축·재개발을 스피드 있게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자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당선 이후 속칭 ‘오세훈 프리미엄’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여권에서 오 시장 책임론을 제기하자 재개발·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허위 신고, 호가만 올리는 행위, 가격담합 등을 집값 뻥튀기를 노린 ‘사술(詐術)’이라고 비난하며 적극적인 적발 및 처벌 의지를 밝혔다. 최근 서울시는 다운계약 등 허위신고 건에 대해 15건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고 신고가로 신고한 뒤 취소한 사례 280건, 증여 의심 사례 300건 등의 교란 행위를 적발했다. 

 

민간 재건축의 과도한 개발이익 사유화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사회적 기여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도 내놨다. 기부채납이나 임대 등 공공기여를 높이는 단지는 추가 용적률 제공, 층높이 제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오세훈표 투기 근절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대치·삼성·청담·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풍선효과’로 오히려 인근 지역 집값이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기대효과가 있는 한 어떤 투기 근절책을 내놔도 시장이 반응할 것 같지 않다”며 “행정력을 동원한 가격 안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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