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공공개발 ‘회의론’… 주민동의 난항 예상

LH 사태·오세훈 당선 변수로 사업 차질 가능성↑
후보지 주민들 “민간 개발사업보다 메리트 없어”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1차 후보지 중 하나인 서울 영등포 신길13구역.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책에 대한 자신감일까, 일방통행식 무리수일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로 관 주도 공급대책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개발 강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토지주들의 동의를 받기가 여의치 않은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취임 직후부터 정부의 공급대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강북구 미아역과 동대문구 청량리역 등 13곳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2차 후보지를 선정하면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사업 성공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정부는 해당 지역 토지주에겐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다. 토지 등 소유자의 선호에 따라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을 공급하고, 기존 주택의 면적이나 가액이 큰 경우 그 범위 내에서 60㎡ 이하 주택 두 채를 받는 것도 인정할 방침이다.

 

또 2·4 공급대책 발표 다음 날인 올해 2월 5일 이후 상속과 이혼으로 인한 권리변동이 발생한 경우에도 우선공급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예외 사유도 둔다.

 

국토부는 민간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13곳의 후보지에 대한 사업성 분석 결과도 내놨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의 경우 기존 사업 대비 용적률이 평균 56%p(포인트) 올라가고 공급 가구도 평균 251호 증가하게 된다. 아울러 토지주에 대한 분양가는 시세 대비 평균 66.3% 수준으로 낮아지고, 이에 따라 토지주 수익률도 평균 28.2%p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선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주민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H 사태의 여파로 민심이 돌아선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변수까지 겹쳐서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민간주도형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위해 폭넓은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이로 인해 서울 각지의 재건축 단지에서 사업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가 급등했고 민간 개발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예정지구로 지정되면 1년 이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확정된다.

 

실제로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정부가 실거주 의무 등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그래도 민간 사업에 비해선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현금청산 등의 우려도 있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토지주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권모 씨는 “기존 사업보다 토지주의 수익률을 10~30% 더 보장해준다고 하는데,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변수가 너무 많다”며 “현재도 월세나 전세 등이 잘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공공개발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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