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장벽 낮아졌지만, ‘거인’ 버티고 있다… ‘금융 혁신방안’의 양면성

금융위 디지털금융 혁신 방안 마련…최대 수혜자는 빅테크
초기 사업자 오히려 진입 어려워져… 균형 맞춰줄 규제 절실

사진=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거인’이 버티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나타난 ‘양면성’이다.

 

금융당국은 디지털금융 혁신이라는 명목 아래 전자금융업 진출을 원하는 혁신사업자, 즉 스타트업의 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진입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최소자본금을 현행 업종별 5억~50억원에서 3억~20억원으로 낮췄다. 또한 영업규모에 따라 최소자본금 차등화를 하고, 영업 확장시 상향 적용해 사업 초기의 진입 부담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방안의 최대 수혜자는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사업자가 아닌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나 모바일 메신저와 같은 대형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권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사업 영역 확장의 길이 트였기 때문이다.

 

◆빅테크, 금융권 영역 확장 ‘속도전’

 

실제 이들은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이다. 네이버는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대출 상품 출시를 예고했고, 앞서 미래에셋대우와 제휴해 CMA 통장도 개설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서는 결제 및 송금 업무를 시작했고, 삼성증권과 손잡고 증권 업무도 하고 있다. 네이버가 파트너십을 통해 영업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직접 발을 담근다. 카카오페이와 뱅크를 통해 간편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대출 등 은행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해 펀드, 증권, P2P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보험업 예비인가도 신청할 예정이다.

 

◆진입규제 합리화의 ‘양면성’… 균형 맞춰줄 ‘규제’ 절실

 

이처럼 빅테크의 금융권 영역 확장은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사업자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진입규제를 합리화했지만, 오히려 진입이 더 어려워지는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진입규제 합리화의 양면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현형과 개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네트워크 효과(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를 지닌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소수의 플랫폼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온라인 플랫폼이 금융상품의 판매 채널을 독점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상품 연계 및 판매 행위 규제도 필요

 

빅테크의 진격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권의 생태계까지 흔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나 카카오가 제공하는 증권계좌는 플랫폼을 통해 개설되지만 약관이나 정보제공 등에 대한 계약은 제휴증권사와 체결하도록 한다. 즉, 플랫폼 사업자는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체널로서 광고, 정보제공, 판매 대리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제휴 증권회사가 받는 금융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더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과 금융회사의 협업이 증가하게 되면 거대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하는 금융사와 그렇지 않은 금융사의 수익 격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금융사의 상품만 취급할 경우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특정 금융사의 상품을 연계 및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별도의 규제와 감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협업하는 금융회사 간 차별적인 대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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