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험상품, 인기는 좋을 텐데”…출시 망설이는 이유는?

위험률 계산 어려워…도덕적 해이 등 탓에 손해볼 수도
“몇 년 후 코로나19 극복되면 상품 안 팔릴 듯”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코로나19 관련 보험상품 출시를 망설이고 있다. 

 

코로나19 보장 상품이 만들어지면 인기는 매우 높을 듯하지만, 위험률 계산이 어려워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코로나19가 극복되면 인기가 차갑게 식을 수 있는 면도 고려해야 하므로 실제 상품 출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19 관련 보험상품은 캐롯손해보험이 지난 2월 내놓은 '캐롯 단기 질병안심보험'뿐이다. 이 상품은 가입 후 3개월 내 코로나19 등 질병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일당 하루 최대 2만원을, 사망하면 사망보험금 최대 1억원을 지급한다. 

 

그나마 2주간만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사라졌으며, 그 뒤로는 아직 관련 상품이 나온 적이 없다. 최근 한 생명보험사가 코로나19 확진 시 1000만원의 진단금을 지급하는 상품 출시를 고려했으나 금융감독원 심사가 진행되던 중 자진 철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니 사실 코로나19 관련 보험상품이 나오면 인기는 높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상품을 출시하기까지는 걸리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코로나19 의료비는 국가가 전액 보장하므로 실제 민간보험이 보장할 수 있는 부분은 진단금, 입원일당, 사망보험금 등뿐이다. 만들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제한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위험률 계산이 몹시 어렵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오랫동안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질병, 교통사고 등의 위험률 계산을 한다”며 “그러나 코로나19는 최근 등장한 질병이다 보니 데이터가 너무 적어 위험률을 측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만으로 코로나19 보험상품을 설계했다가 자칫 확진자 수가 폭증하기라도 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만약 발열 증상이 있는 사람,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등이 이 사실을 숨기고 해당 보험부터 가입한 뒤 검사를 받는 케이스가 쏟아지면 보험사의 손실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결국에는 극복될 거란 점 역시 보험사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미 전세계 제약회사가 모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이르면 치료제는 올해 안에, 백신은 내년 중 상용화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2~3년 안에 극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극복되면 당연히 관련 보험상품의 인기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최소 20년 이상을 내다보고 만든다”며 “이 세계에서 2~3년은 매우 짧은 순간이기에 그 기간만을 노리고 신상품을 출시하기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도 본격적으로 코로나19를 보장하는 상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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