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 속에서 치러진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한 이 대통령의 집권 100일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민생회복, 내란극복, 실용외교다.
이 대통령은 초반 국정 운영부터 민생을 강조했다.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경제 안정화와 내수 회복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7월 전 국민에게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등과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예산을 대폭 배정하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6∙27 부동산대책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경제 및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속도를 냈다.
내란극복을 위한 개혁 드라이브도 거침없었다. 전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한 ‘3대 특검’ 수사를 추진하는 한편, 검찰청 해체와 기획재정부 분리 등 구조적 개편안을 제시하며 제도 개혁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사에서도 파격을 선보였다. 민간인 출신 안규백 국방부 장관,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은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인사의 상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계점도 드러났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사퇴, 강선우·이진숙 장관 후보 낙마는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개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 스스로 “중요 쟁점은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라”고 주문한 것 역시 성급한 개혁이 빚을 수 있는 부작용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외교 분야에서도 굵직한 고비들을 우선 넘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외교를 표방하면서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상호 25% 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고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막아냈다. 한미정상회담도 별다른 돌발 변수 없이 마무리하며 안정적인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이 뒤따른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외교 복원의 물꼬를 텄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세부 관세 협상, 한미동맹 현대화를 둘러싼 안보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한국인 구금 사태 같은 돌발 변수가 언제든 한미관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북중러 밀착 속에서 북한의 무반응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 등 하반기 외교무대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 동력이 달라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100일 동안 이 대통령은 개혁 추진력과 위기 돌파 능력을 보여줬고 내수 회복과 외교 현안 대응에서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수준”이라면서도 “인사 난맥, 협치 부재, 외교안보 불확실성은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속도전의 성과가 안정적 국정 운영으로 이어지려면 지금부터는 속도보다 정밀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에 나선다. 약 90분간 진행될 이번 회견은 지난 7월 첫 기자회견 이후 70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첫 기자회견이 국정 운영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회견은 한층 구체화한 정책 설계도를 설명하고 향후 개혁·외교·민생 정책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1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