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포함한 대대적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확정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보고해야 할 상위기관이 4곳이나 늘어난 금융 현장에서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개편된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낸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회사 감독 업무를 담당할 금감위를 신설한다. 또 금감위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둔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개편한다. 2009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금감원은 금소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공공기관 재지정 위기에 놓인 금감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한다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정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며 “감독 인적 자원의 분산, 조직 내 갈등, 직원의 사기 저하, 금융사의 검사 부담 가중 등 조직 쪼개기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공지에서 “다방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회 논의 및 유관기관 협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해 금감원과 금소원의 기능과 역할 등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과 금소원 간 인사 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걱정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7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는 금융위 내부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임명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 성과를 연달아 공개 칭찬하면서 조직이 유지되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개편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고 시작한 개편에서 금융당국만 쪼개졌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재경부 편입으로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나아가 금융위와 금감원 업무가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쪼개지면서 금융권에서도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 담당 조직이 늘어나고 업무 역량도 나눠지는 만큼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인 개편이 이뤄졌다”며 “중복 업무로 업계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업무가 제대로 분장되지 않으면 눈치 봐야 할 시어머니만 늘어난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직이 여러 개로 나눠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금융감독기구와 별도로 금소원과 유사한 기관을 설립한 영국의 영업행위감독청(FCA)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