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손해보험과 자회사 캐롯손해보험 간 합병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결정이 한화손보의 향후 실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증권가에선 디지털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오는 10월 1일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한다. 한화손보는 다음달 자동차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캐롯손보 브랜드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보는 한화손보가 2019년 SK텔레콤, 현대차 등 주요 ICT기업들과 함께 신개념 자동차보험사를 기치로 내걸고 설립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지난해 662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이 크게 악화된 탓에 대부분 회사들이 전체적인 보험손익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캐롯손보와의 합병이 한화손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화손보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별도 기준)은 22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6% 줄어든 까닭이다. 한화손보는 1946년 4월 신동아화재보험으로 출발해 2002년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최대주주는 한화생명(51.4%)이며 원수보험료 기준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6.4%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자동차 요율 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 비급여 의료비 증가에 따른 청구액 증가 등을 하방 리스크로 꼽는 반면, 과잉진료 축소와 실손 요율 인상 등은 주가에 플러스 요인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합병 이후 소폭의 재무적 부담은 있겠지만 디지털 채널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란 기대감도 동시에 나온다. 2분기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55.7%)으로 늘어난 부분도 눈에 띄는 대목으로 평가 받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계약에서 유의미한 양적, 질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은 보험금예실차 부진으로 기대치를 밑돌았으나, 여성보험 강화 등 전략적인 판단이 높은 신계약 CSM 증가율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손보는 이번 합병이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연결 회계 기준에 이미 반영돼 있어 실질적 부담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합병과 동시에 캐롯손보의 20∼30대 고객층을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입장이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