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씨(60대)는 최근 시장이나 마트할 것 없이 물가가 너무 올라서 장을 보러 가는 게 겁이 난다고 푸념했다. 그는 “오징어 작은 게 4마리에 1만5000원, 쌀은 10㎏에 4만3000원”이라며 “채소값도 천정부지고, 점점 빈부의 차이를 실감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달 먹거리 물가가 1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 경제에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체감 물가는 이보다 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125.75(2020년=100)로 지난해 동월 대비 3.5%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훌쩍 뛰어넘는다. 식료품과 음료(비주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2.0∼3.0%를 유지해오다가 최근 두 달 연속 3%대 중반을 나타내고 있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온 현상이 지속되고, 가공식품 출고가도 줄줄이 인상된 여파로 해석된다.
식료품 중에는 어류 및 수산(7.2%)의 물가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두 달 연속 상승률이 7%대에서 고공행진하며 2023년 7월(7.5%)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징어채(42.9%), 조기(13.4%), 고등어(12.6%)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빵과 곡물(6.6%)도 2023년 9월(6.9%)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쌀(7.6%)은 2024년 3월(7.7%) 이후 1년4개월 만에 다시 7%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라면(6.5%)은 3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과자·빙과류 및 당류(5.0%), 기타 식료품(4.7%), 우유·치즈 및 계란(3.6%)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음료에서는 커피·차 및 코코아(13.5%), 생수·청량음료·과일주스 및 채소주스(3.4%) 가격이 비교적 큰 폭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대중교통 요금 등이 포함되는 공공서비스 물가도 뛰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수준이 2.0∼2.5%대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전방위적 물가 상승 차원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먹거리 물가 상승이 폭우 등 기후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소비쿠폰 사용의 영향인지 등을 미시적 관점에서 비교분석 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 요인에 의해 특정 분야의 물가가 상승하는 부분은 정부에서 미시적 정책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