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잇따른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그간 부진했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은 7일 “당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함으로써 이 시설은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CIS)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는 자사 이미지센서 브랜드인 아이소셀(ISOCELL)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소셀은 웨이퍼 2장을 접착해 구성되는데, 신기술을 적용한 칩을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와 생산 총괄을 맡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이미지센서 생산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공급 예정인 차세대 제품에 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애플이 신제품 준비에 2∼3년가량 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7년 이후 아이폰에 아이소셀을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 모델과 중국 샤오미, 비보와 모토로라에 아이소셀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 현지화 전략을 위해 삼성전자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공급망 다변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의 초고화소, 픽셀 광학 설계 등의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일본 소니로부터 전량 공급받아 왔다. 지난해 기준 이미지센서 시장은 소니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 주도하고 있으며, 삼성은 15.4%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앞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2조9000억원) 규모의 AI칩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애플과의 계약도 따내면서 분기마다 적자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스템LSI는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채택률 저조와 함께 이미지센서 부문의 점유율이 정체되며 수익성이 악화했고,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와 수주 감소로 적자가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이미지센서 시장 1위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 중인 소니(51.6%)이며 삼성전자는 15.4%로 2위다. 중국 옴니비전(11.9%)의 추격도 거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간 2억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게 되면 소니와의 점유율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성장성이 큰 이미지센서 시장 내 존재감 확대와 더불어 올해 하반기 2나노 공정을 활용한 엑시노스 2600 양산도 예정돼 있어 시스템LSI·파운드리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이미지센서 시장은 지난해 208억달러에서 2029년 265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