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정예팀 5개 컨소시엄에 대해 업계는 이변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선정된 기업 중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는 이미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독자 컨소시엄을 구성한 NC AI 등 게임업체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우선 네이버클라우드는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한국어 최적화와 서비스 실용성 면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과기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선도하고 자체 개발 AI 모델로 다수의 서비스를 상용화 한 경험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네이버클라우드는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의 AI 기술을 결합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이종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생성하는 옴니(Omn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LG AI연구원의 경우 독자적인 전문가 혼합 방식 아키텍처 등 고도의 기술력이 주목을 받았다. 엑사원 시리즈에 기반한 멀티모달 기술 완성도가 강점으로 꼽히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프론티어 AI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프론티어 AI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AI 모델을 의미한다. LG AI연구원의 전임 연구원장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가 AI 미래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국가 AI 개발에 진심인 점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스테이지는 다양한 사전학습 데이터와 독자 AI 모델 개발 경험 등이 높게 평가 받았다. 최근 공개한 AI 모델 솔라 프로2가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지능 지표에서 국내 모델 중 유일하게 10대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과거 유명 검색엔진 까치네와 깨비메일을 설립하고, 업스테이지 설립 1년 만에 316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업계 대표 주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업스테이지는 향후 자체 아키텍처와 학습 알고리즘을 새롭게 설계하고 모델 사이즈, 언어, 멀티모달, 산업별 특화 등에서 점진적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함께 선정된 SK텔레콤은 에이닷엑스(A.X) 등 자체 개발 AI 모델 개발에 힘을 쏟아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게임 업체 크래프톤이 참여했다. 크래프톤은 사람처럼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는 AI 캐릭터인 CPC(Co-Playable Character)를 제시하는 등 게임 메커니즘에 AI를 접목한 바 있다.
NC AI는 엔씨소프트의 AI 연구 조직이 분사하면서 설립된 팀으로, 생성형 AI 바르코를 제작해 게임업계의 저력을 보여줬다. 바르코는 게임 캐릭터의 대사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 디자인에 AI를 적용하는 등 게임 개발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NC AI는 향후 바르코 시리즈 고도화, 산업 특화 LLM 개발, 멀티모달 AI 기술 고도화, 인재 양성 기관과의 협업 등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AI 업계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선정된 5개 팀에게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 연구개발(R&D) 자금, 대규모 데이터 확보 등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먼저 지원할 방침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중국 딥시크가 R1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덕분이었다”며 “GPU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등의 제한으로 일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