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글로벌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선밸리 콘퍼런스’에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귀국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 부문에서 고전 중인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 회복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했다. 그는 해외 출장이 어땠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여러 일정을 하느라 피곤하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 9~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올해 행사에는 이원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등이 함께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전 세계 미디어·IT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로 일명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로 불린다. 미국 투자사 앨런&코 컴퍼니에서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으며 정식 명칭은 ‘앨런&코 콘퍼런스’다.
올해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밥 아이거 디즈니 CEO, 팀 쿡 애플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짐 랜존 야후 CEO, 메리 바라 지엠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이 참석했다.
해당 콘퍼런스는 인수합병(M&A)이나 파트너십 체결 등 막후 협상이 많은 자리로 유명하다. 실제 삼성전자가 애플과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진행하던 중 이 회장이 2014년 이 콘퍼런스에서 쿡 CEO와 직접 만나 소송 철회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석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 팹 등 글로벌 최신 기술과 관련해 투자 협력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5.9% 급락해 4조6000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회장이 글로벌 기업인들과 만나 위기 돌파구 및 새로운 사업 기회를 도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그간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및 구속 수감 등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혀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콘퍼런스 참석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해당 콘퍼런스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상무 시절이었던 2002년부터 부회장이었던 2016년까지 꾸준히 참석해온 바 있다.
이 회장은 오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주요 재판이 1·2심에서 무죄로 판결되며 어느 정도 사법리스크를 벗으면서 글로벌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달 말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부 베르두라 리조트에서 열리는 또 다른 글로벌 네트워크 행사 ‘구글 캠프’ 참석 가능성도 주목된다. 해당 캠프는 2012년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전 세계 CEO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다. 이 회장은 2022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역시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