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패권 잡아라]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하는 2040년 어느 하루

국내 최초의 상용 해상풍력단지인 30㎿급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한국남동발전 제공

 # 기상스마트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올라가며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든다. 지붕 위 고효율 태양광 패널이 밤새 충전한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기상 알람과 동시에 가전제품을 부드럽게 깨운다. 침대 머리맡의 디스플레이가 말한다. “오늘 발전 예상량은 22㎾h. 가정 사용량 충분히 커버 가능합니다.”

 

 # 출근을 위해 주차장에 있는 한국산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에 탄다. 집에서 충전된 전기로 운행하니 유류비는 0원이다. 도로 위엔 태양광 셀 내장 도로가 깔려 있어 차량이 지나는 동안 무선 충전도 된다. 차 안에서 라디오 뉴스가 들린다. “국산 풍력 발전 비중이 전국 전력 공급의 27%를 돌파했습니다.”

 

 # 도심 빌딩 옥상마다 설치된 도심형 풍력 터빈이 돌아가고 있다. 회사 건물은 제로에너지 인증 빌딩, 에너지 자립률 100%, 사무실 공조와 조명, 서버는 모두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이 자동 조절 중이다. 회의실에선 다음 분기 태양광 모듈 수출전략 회의가 열린다.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 분야에서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 모듈을 기반으로 한다.

 

 # 퇴근 후에는 옥상에서 자란 수경재배 채소로 만든 샐러드로 식사를 한다. 해당 온실 역시 자가 태양광으로 운영된다. 잔열은 수소 연료전지 폐열로 조리기기를 가동한다. 식후 운동을 위해 찾은 헬스장은 건물 내 스마트 그리드로 운영된다. 러닝머신은 사용자의 운동 에너지를 다시 전기로 환원하고 오늘 몇 Wh의 전기를 생산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실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하게 될 미래의 일과를 예측해봤다. 신재생에너지는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전기차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해 건물과 도로, 차량, 전력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도시 생태계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또한 에너지 공급처 역시 기존 산유국과 글로벌 석유 메이저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가계까지 참여 가능한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 가능하다. 태양광 패널과 ESS를 갖춘 일반 가정은 자가발전은 물론 잉여전력 판매도 가능해지며 에너지 산업의 지형이 급변하게 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해당 산업이 2030년까지 3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지정학적 판도 역시 신재생에너지 강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솔라가 전남 보성군 보성읍 한 양계장 지붕에 설치한 1000㎾급 태양광발전소. 그린솔라 제공

 현재 신재생에너지 패권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에너지 분야를 넘어 경제·외교·군사 전반에 걸친 총체적 국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IRENA가 올해 발표한 재생에너지 생산능력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중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능력은 총 1409GW(기가와트)로 2위인 미국(330GW)의 4배를 넘는다. 한국은 29GW로 13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2025년도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으로 총 1118억 원을 편성했다. 이번 예산에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기반 마련과 에너지 자립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 포함됐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자동차·조선·철강·가전 등 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중국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따라서 한국은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에너지 주권과 전략적 산업 생존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자립화’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정책적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