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야심작 시코르가 달라졌다…올리브영 대항마 될까

강남역점, K-뷰티 비중 60%로 늘려
백화점과 로드숍 특색 한 번에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K-뷰티 콘텐츠를 대폭 확대한 강남역점을 새롭게 열었다. 시코르 강남역점 계산대에 줄을 서 대기하는 소비자들. 이화연 기자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야심작 시코르가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지금까지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 중점을 뒀다면, 홍대와 강남에 리뉴얼한 매장은 K-뷰티 브랜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포맷을 앞세워 CJ올리브영에 견제구를 날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코르는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으로, 2016년 12월 처음 론칭됐다. 초기에는 신세계백화점 내 매장을 잇따라 오픈하다가 1년만인 2017년 12월 강남대로에 첫 로드숍을 선보였다. 시코르 강남점은 지하 1층~지상 2층, 전용면적 321평 규모로 플래그십 스토어다운 스케일을 자랑했다. 특히 백화점 브랜드가 즐비해 ‘한국판 세포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신세계는 3년 만인 2019년 12월 시코르 30호점인 홍대점을 오픈했고, 매출도 목표치 대비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시코르는 매장을 축소했고, 지금은 19개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 뷰티 편집숍 시장은 올리브영 독주 체제로 굳어졌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370여개에 달하며, 지난해 매출은 4조7934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세계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시코르 담당 조직을 박주형 신세계 대표 직속으로 승격하며 뷰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박 대표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시코르에 K-뷰티를 강화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고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신세계는 지난해 말 임차 계약 종료로 문을 닫은 강남점을 대신할 강남역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강남점이 지하철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10번 출구와 9호선 신논현역 7번 출구 중간에 위치했다면, 강남역점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1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자리해 접근성이 개선됐다. 무엇보다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올리브영 강남 플래그십 매장과 3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코르 강남역점은 429㎡(130평) 규모로 대구점(약 528㎡, 160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매장이다. 기존에는 3층에 걸쳐 매장이 운영됐다면, 이번에는 한 층을 넓게 사용해 소비자들이 주로 1층에만 체류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강남역점은 35%에 불과했던 K-뷰티 브랜드 비중을 60%로 끌어올리는 변신을 시도했다. 글로벌 럭셔리 뷰티는 물론 K-뷰티까지 폭넓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앞서 AK홍대점은 지난해 10월 K-뷰티 브랜드를 대폭 확대하는 리뉴얼을 통해 3개월간 매출이 전년대비 70% 이상 뛰었다. 강남역점 역시 K-뷰티 브랜드를 확대해 내외국인 수요를 한 번에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K-뷰티 전용 팝업스토어 스포트라이트 존(사진 상단)과 미국 바디용품 브랜드 배스앤바디웍스 전용 공간. 신세계백화점 제공

 실제로 강남역점의 인테리어는 기존 시코르 매장과 동일한 분위기를 채택했지만, 매대 구성은 큰 차이가 있었다. 맥, 메이크업포에버, 베네피트 같은 백화점 브랜드보다는 K-뷰티 브랜드 매대가 전면에 위치했다. 대표적으로 티르티르, 라카, 디어달리아, 힌스 등이 입점했는데 각 매대는 브랜드별 특성을 반영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장 오른편에는 K-뷰티 전용 브랜드 팝업스토어 공간인 ‘스포트라이트’가 들어섰다. 가장 인기있는 K-뷰티 브랜드를 매월 1개 선정해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펼치는 공간으로, 지금은 어뮤즈가 소개되고 있었다. 어뮤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뷰티 사업 확대를 위해 지분 100%를 인수한 비건 색조 브랜드다.

 

 왼쪽 벽면은 신세계백화점이 국내 유통권을 단독 확보한 미국 바디용품 브랜드 배스앤바디웍스 전용 존으로 구성됐다. 바디워시부터 로션, 스크럽, 캔들까지 다양한 제품이 판매돼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다양한 방문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향수 존에는 본투스탠드아웃, 탬버린즈, 논픽션 등 대표 K-향수 브랜드가 입점했다. 이화연 기자

 향수 존에는 20~30대 여성이 특히 많았다. 강남역점 향수 존은 시코르 전점 최대 규모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국내 브랜드도 골고루 자리했다. 국내 니치 향수 브랜드인 본투스탠드아웃과 탬버린즈, 논픽션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백화점이나 각 브랜드 로드숍을 찾아가야 했다면, 시코르 강남역점에서는 한 번에 시향이 가능하다.

 

시코르 강남역점에 마련된 베네피트 브로우 바에서는 전문가가 메이크업 컨설팅을 도와준다. 이화연 기자

 시코르 강남역점은 인공지능(AI) 기기로 두피를 진단해 최적의 맞춤형 샴푸와 세럼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국내 뷰티 편집숍 최초로 선보이는 등 초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했다. 또 매장 내 3개의 메이크업 바에서는 상주하는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고 관련 상품을 추천해준다. 최근 외국인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K-아이돌 메이크업 시연 및 컨설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시코르 강남역점은 그간 뷰티 편집숍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K-뷰티와 글로벌 뷰티 브랜드는 물론 초개인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며 “향후 수익성을 기반한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전략적인 출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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