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27%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역대 수익률로 보면 1999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과열 신호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증권사 목표주가를 상회하는 과속 종목이 1분기 사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2399.49에서 지난 27일 기준 3055.94로 올해 들어 27.4%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상승률(5.4%)을 5배 이상 웃돈다. 역대 코스피 상반기 수익률을 보면 지난 1999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다. 2000년대 들어서는 최고 기록인 셈이다.
앞서 1999년 코스피는 IT 투자 열풍에 힘입어 1998년 말 562.46에서 이듬해 6월 883으로 57% 급등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99년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은 모두 1980년대에 기록했다. 당시 저달러·저금리·저유가 등 3저 효과에 힘입어 건설, 금융, 무역 등 3개 업종이 상승장을 이끈 영향이다. 1987년 상반기 코스피는 51% 오르며 역대 두 번째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1986년은 49% 올라 세 번째로 오름폭이 컸다. 1981년과 1988년에는 각각 41%. 34% 올라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코스피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 둔화 등이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된 영향이 컸다.
다만 일부 종목의 급등세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정책 테마주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총 30개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1개 대비 3배로 늘었다. 지난 4월은 22개, 5월은 17개로 조사됐다.
단기과열종목은 종가가 직전 40거래일 종가의 평균 대비 30% 이상 상승하고, 회전율과 일중변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지정 대상이 된다. 현재 주가가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를 웃도는 종목도 크게 늘었다. 26일 종가가 증권사 3곳 이상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를 상회하는 종목은 43개다. 지난 1분기 말은 한 곳도 없었지만, 지난달 말 9곳으로 늘어나더니 이달 들어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업황과 기업 실적 등을 분석한 후 중장기 관점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현재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선다는 것은 기업 체력에 비해 매수세가 과하게 집중되고 있단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관련주로 분류되는 카카오페이, 카카오, 카카오뱅크, LG CNS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과열 국면에 진입하면서 추가 조정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차익실현 과정에서 선별적 강세가 나타날 공산이 큰 만큼 옥석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구체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격 매수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