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공략 속도내는 삼성·LG전자…열악한 인프라 등 극복 과제도

14억 인구대국 인도서 가전 사업 등 확대
현지 법인 실적도 우상향 지속 중
낙후된 인프라·노조 문제 등 걸림돌 넘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어 이목을 끈다. 일찌감치 현지 시장에 진출한 두 회사의 인도법인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인프라, 노사 갈등 가능성 등은 현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Samsung India Electronics Private Ltd.)은 지난해 매출 17조490억원, 당기순이익 1조4084억원을 시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순익이 각각 12.0%, 22.1% 증가했다.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삼성전자는 노이다에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 중이고, 스리페룸부두르에서 가전제품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현지 연구개발(R&D) 센터는 스마트폰 장치 성능, 안정성, 사물인터넷(IoT) 기능 테스트를 맡는다. 디자인센터는 사용자경험(UX), 제품, 그래픽·패키지, 서비스 디자인 등 광범위한 영역의 디자인 수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가전 및 스마트폰 모두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분기 인도 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6%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현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인도 타밀나두 주정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스리페룸부두르 가전공장에 100억루피(한화 약 1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과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15%의 시장점유율로 비보(20%), 샤오미(16%)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종전엔 중저가형 A나 M시리즈 스마트폰 생산량이 대다수였으나, 최근 폴드, 플립, S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물량을 늘려나가며 마진을 높여나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7월1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 방문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LG전자는 인도에서 ‘국민 브랜드’를 꿈꾼다. 지난해 LG전자의 인도법인(LG Electronics India Limited) 매출과 순익은 각각 3조7910억원, 331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견줘 매출은 14.8% 늘었고, 순익은 43.5% 급증했다. 이 회사는 인도에서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을 운영 중인데, 올해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인도 시장 내 LG전자의 세탁기 시장점유율은 33.5%에 달했다. 냉장고(28.7%)와 인버터 에어컨(19.4%)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생산역량뿐만 아니라 판매∙서비스 역량도 키우고 있다. 인도 전역에 브랜드샵 700여곳과 서비스센터 900여곳을 운영 중이고, 12개 언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전자는 지난달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세 번째 가전공장을 착공했다. 투자 금액은 약 6억 달러로 내년 말 에어컨을 시작으로 세탁기, 에어컨, 에어컨 컴프 등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구광모 ㈜LG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2월 인도 뉴델리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인도는 총인구 14억명에 달하는 탄탄한 소비 시장을 갖춘 데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도 68%에 달해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급속한 도시화, 가처분 소득 증가도 기대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와 내년 인도 경제의 성장률을 각각 6.2%, 6.3%로 전망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열악한 현지 인프라가 물류비 증가, 납기 지연 등의 후과를 초래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5 인도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미흡한 배수시설과 조악한 도로상태로 물류비용이 증가하곤 한다”면서 “특히 예고 없는 잦은 정전·단수 등은 노이다, 푸네, 첸나이, 아난타푸르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제조시설 진출 지역의 공통 애로사항”이라고 진단했다.

 

 노조 문제가 정상 조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스리페룸부두르 가전공장에선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올해 초에도 해당 공장에선 수백명이 작업을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다. 이보다 앞서 2016년엔 LG전자 노이다 공장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현재 인도에는 약 45개의 국가 노동법과 200개의 주 노동법이 존재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복잡한 노동규제 개혁이 비공식 부문 축소와 생산성 향상, 투자 유치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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