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내 증시가 연일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외국인 수급 개선에 힘입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과 국내 증시의 전망을 알아봤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4포인트 오른 2950.3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한때 2990선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으나 이후 하락 전환했다. 중동 지역 리스크에도 코스피는 호조를 이어갔다.
지난 13일 기준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주가지수(종가)를 지난달 12일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는 한 달간 11.02% 상승했다. 코스피는 한 달 사이 400포인트 가까이 올라 G20 주요 지수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의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4.88%), 캐나다(4.24%), 호주(3.59%), 미국(S&P500·3.44%) 순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동안 코스피를 계속 팔았던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다. 대선 이후 상승 기간에는 4조3544억원을 사들여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이 대통령의 시 부양 공약 등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에는 지난 10일까지 7억7285만 달러(약 1조584억원)가 순유입됐다. 이는 1년 반 만에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대표 패시브 상품이다. 국내 상장 개별 종목보다는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이 상품 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증시가 연일 호조를 이어가면서 증권가의 상단 전망치도 예상도 달라지고 있다. KB증권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3240으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3150), IBK투자증권(3100)이 뒤를 이었다. 해외에서도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2900에서 31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글로벌 정세 악화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가전제품에 50% 철강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하고 있다. 또한, 다음 달 8일까지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 없다고 언급하면서 관세 전쟁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타격한 이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란이 대규모 보복에 나서자 위기감이 확대됐다. 유가가 오르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증시의 모멘텀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조속한 마무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기존의 주가 상승 추세를 훼손시키는 대형 악재로 격화될 여지는 제한적”이라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1990년대 걸프전, 2022년 러-우 전쟁 등 전면전급 위기 사례를 제외하면 지정학적 쇼크는 단기 주가 이벤트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