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이 27%나 줄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앞질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2025년 5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5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보다 4.4% 감소한 62억100만 달러(약 8조4339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역대 5월 실적 중 2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또 자동차 수출은 4개월 연속 60억 달러(약 8조1600억원)를 넘겼다.
자동차 수출액이 줄어든 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5억2000만 달러(약 3조4261억원)로, 지난해 5월보다 27.1% 급감했다. 올 1∼5분기 누적 기준 대미 수출은 131억8000만 달러(약 17조9195억원)로 16.6%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수출은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고 미국 조지아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된 영향 등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4월부터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자동차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나는 우리 자동차 노동자들을 더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고 언급한 뒤 “나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미 수출은 줄었으나 유럽연합(EU·8억3700만 달러)과 아시아(6억8300만 달러), 중남미(3억800만 달러)로 수출은 각각 28.9%, 45.1%, 42.3% 늘며 수출 감소 폭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수출에서 25%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 수출은 지난달 16억6000만 달러(약 2조2589억원)로 지난해보다 9.4% 줄었다. 1∼5월 누적 기준으로는 89억6000만 달러(약 12조1927억원)로 6.3% 감소했다.
내수 판매량은 14만1865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추월한 것이다. 5월 친환경차가 내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8%로, 내연기관차(6만8354대·48.2%)를 앞질렀다.
내수 판매에서 친환경차는 7만3511대로 지난해보다 39.0%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5만614대)가 지난해 대비 31.4% 증가하며 상승세를 주도했고, 전기차(2만1445대·60.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1360대·115.9%↑)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5월 자동차 국내 생산은 3.7% 감소한 35만8969대를 기록했다.
세종=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