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 연임 여부에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전임 회장 등이 저지른 부당대출 사고로 큰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엔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임기 내내 내부통제 강화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해 오는 12월부터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최소 3개월 전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따른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까지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그간 쌓아온 기업금융의 명가로서의 위상이 실추됐다. 금융당국이 2월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 동안 2334억원 넘는 부당대출이 집행됐다. 이 중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이 빌린 730억원의 부당대출이 포함됐다. 지난해 알려진 부당대출 액수에서 380억원이 금융당국 검사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이후 임 회장은 전면 쇄신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적극 나섰다. 조직 내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개선에 집중했고,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임 회장은 지난달 내부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전 계열사의 평직원을 한자리에 소집해 “우리은행이 올해 들어 5월까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사고 0건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윤리 문화 조성을 통해 기록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올해 유지했던 ‘금융사고 제로’ 타이틀이 깨졌다. 임 회장이 금융사고 제로 기록을 이어가자고 당부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이번 금융사고는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 등으로 발생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세운 현지 자회사다. 문제가 된 업체는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과 거래 중인 인도네시아기업으로, 사고 금액은 신용장 금액 기준 미화 7850만 달러 규모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80억원 규모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모니터링 중 이러한 이상거래 징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 회장의 연임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증권사, 보험사 등 인수합병(M&A)으로 우리금융의 숙원 과제인 비은행 강화라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임기 내내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흔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개선 계획 마련을 조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ABL생명보험의 조건부 인수를 승인받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식처분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내부통제 강화에 온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연내 그룹 통합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통합시스템을 마련해 10개 자회사 업무 특성과 업권별 규제를 고려한 내부통제 고도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