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도 MZ스럽게] “OTT 보다가 대선 관심”… MZ세대 엄지 보면 표심 보인다

각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재명 후보(왼쪽), 김문수 후보(가운데), SNL에 출연한 이준석 후보. 각 채널 갈무리

 

“MZ세대의 엄지를 잡아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통령 선거 운동의 격전지도 넓어지고 있다. MZ세대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온라인 유세의 비중이 커지면서다. 일반적으로 1980년생부터 2010년생을 가리키는 MZ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스마트폰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액정 위 손가락, 특히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이들의 행동을 대변한다. 이에 대선 후보들도 MZ의 엄지를 노리는 콘텐츠에 열을 올리고 있다.

 

28일 서울의 한 입시학원에서 국어선생님으로 일하는 이세리 씨는 “요즘 수업 시작 전이나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고3 제자들이 대선 얘기를 하더라”며 “기특한 마음에 어떻게 관심을 가졌냐고 물어보니 ‘SNL 편의점 알바’ 영상이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라고 했다. 나 역시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이라 자연스럽게 대화에 꼈다. 나이로만 따지면 같은 MZ세대”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송출되는 인터넷 코미디쇼 SNL의 대표 코너 ‘지점장이 간다’를 가리키는 것으로,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부터 각 정당 경선 후보 및 대선 후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지원자로 분해 면접에 응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지금껏 대선 후보 중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직접 출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를 대신해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이 출연했다.

 

코미디쇼 SNL에 출연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유튜브 채널 쿠팡플레이 갈무리

 

해당 코너는 각 후보의 흑역사(지우고 싶은 과거를 뜻하는 신조어)를 꼬집고 풍자하는 것이 주된 내용임에도 관련 인물들이 기꺼이 출연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 및 관련 인물들이 젊은 세대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했다. 실제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얻은 2006년생 김현수 씨는 “정치인이라고 하면 조금 무섭고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SNL에서 지점장의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알바복을 입고 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니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후보들은 각자 온라인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독자 142만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이재명 후보는 최근 국내 정치인 최초로 받은 골드버튼(유튜브 운영사 구글이 구독자 100만 이상 채널에 제공하는 기념품)을 공개하는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85만 회를 넘겼다. 올해 최고의 K-팝으로 평가받는 로제의 ‘아파트’를 개사한 유세송은 조회수 12만 회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골드버튼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재명 갈무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바리스타 체험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김문수TV 갈무리

 

최근 구독자 40만명을 넘긴 김문수 후보의 유튜브 채널은 유세 현장 라이브 방송에 더해 요즘 유행하는 밈(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지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의 요소를 총칭하는 용어)을 활용한 쇼츠와 힘을 주고 있다.

 

만 40세로 가장 젊은 이준석 후보는 아예 소통앱 ‘준스톡’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지지자는 이 후보와 1대1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게임(퍼스트펭귄 이준석)을 통해 정책을 확인하고 후원도 할 수 있다. 대학교 교내 식당을 찾고, 리어카를 타고 유세하는 이 후보의 독특한 선거운동은 SNS상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최근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세 차례 펼쳐진 대선 후보 TV토론회 요약본도 인기를 끈다. 최근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문화 콘텐츠의 풀버전보다 요약본이 MZ세대들에게 더 소비되는 트렌드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학교 2학년 유승원 씨는 “사실 지난달까지도 대선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유튜브에 뜬 후보 토론회 10분 요약본을 본 뒤로 흥미가 생겼다. 전자공학과를 다니고 있어서 후보들의 인공지능(AI) 관련 정책이 특히 관심이 갔다”며 “고3 시절 서울시장 투표를 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을 뽑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은 시간까지 좀 더 많이 알아보고 소신껏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의 경선 후보 토론회를 10분 분량으로 줄인 요약본. 유튜브 채널 SBS뉴스 갈무리 

 

이처럼 온라인 공간이 대선의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MZ세대의 참여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편향됐거나 왜곡된 정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 마케팅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대선 후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유권자는 내적 친밀감이 상승하고 이것이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권자 입장에서 모든 정보를 100% 믿고 수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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